마켓인사이트 4월30일 오후 4시15분

SK(주)가 지난 1월 (주)LG로부터 지분 51%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한 LG실트론의 잔여 지분 49%도 SK그룹이 모두 인수할 전망이다. 2007년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업체 LG실트론에 투자한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10여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실트론 지분 19.6%를 보유하고 있는 KTB PE는 최근 지분 전량을 SK(주)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세부 조건을 협의한 뒤 조만간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우리은행 등 인수금융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9.4%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채권은행들은 당초 SK(주)에 지분 인수를 제안했지만 SK(주)가 “이미 정관 개정이 가능한 70.6%의 지분을 확보해 더 이상 투자는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자 4월 초 공개입찰로 방향을 돌렸다.

지난주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최 회장과 해외 투자자 등 두 곳이 참여했고 최근 최 회장만 적격입찰자로 선정했다. 최 회장이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받은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소수 지분이지만 해외 투자자에게 넘어가면 안정적인 회사 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최 회장이 지분 인수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며 “채권단은 가격뿐 아니라 인수 의지와 거래 종결의 확실성 등에서 최 회장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IB업계는 잔여지분 49%의 거래 가격을 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SK(주)는 지난 1월 (주)LG가 보유하던 지분 51%를 약 6200억원에 인수했다. 잔여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어 인수 가격이 낮아졌다.

KTB PE와 보고펀드는 2007년 동부그룹이 보유하던 LG실트론 지분을 19.6%, 29.4%씩 사들였다. 보고펀드는 2014년 인수금융을 갚지 못해 지분에 대한 권리를 우리은행 등 인수금융 채권단에 넘겼다. 이번 매각으로 재무적투자자(FI)들은 투자원금 이상을 회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이 LG실트론 지분 100%를 확보함에 따라 조만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LG실트론은 지난 수년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설비가 노후됐다”며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가 강한 SK가 인수한 만큼 노후 설비 교체와 생산능력 확충 등 본격적인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실트론은 지난해 매출 8265억원, 영업이익 333억원을 올렸다.

김태호/유창재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