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달려간 신동빈, 허쉬와 '초콜릿 동맹' 강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출국금지 해제 이후 본격적인 해외 사업 챙기기에 나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1주일 일정으로 지난 29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고 30일 밝혔다. 신 회장은 허쉬 IBM 등 주요 해외 파트너 관계자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 회장이 1주일 이상 해외출장길에 나서는 것은 작년 7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신 회장은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 등으로 작년 7~9월까지 출금 상태였다. 그해 11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조사를 받으면서 다시 출금 대상으로 지정돼 최근까지 해외에 나갈 수 없었다. 법원이 지난 17일 불구속 기소하며 출금 조치를 풀었지만 사실상 발이 묶여 있었다.

경영 비리와 뇌물죄 관련 재판을 두 건 받아야 했다. 매주 두 건의 재판 준비와 법정 출석 등으로 해외 사업을 현장에서 챙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출금 해제 직후 사흘간 일본 출장을 다녀온 신 회장은 5월 초 징검다리 연휴 기간에 재판 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것을 활용해 장기 출장에 나섰다.

신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첫 번째 일정으로 브르노 디 레오 IBM 수석부사장을 만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두 회사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롯데는 지난해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IBM의 인공지능(AI) 기술 ‘왓슨’을 도입하고 있다. 쇼핑업계 최초로 ‘AI 쇼핑 도우미’를 올해 말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사용자의 쇼핑 패턴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혁신적 서비스다. 롯데백화점 등 유통 계열사 중심으로 이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존 빌브레이 허쉬 회장도 만난다. 양사 간 협력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가 주요 협의 사항이다. 롯데는 한국과 일본에서 허쉬 초콜릿 수입·판매를 맡고 있는 파트너다.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에서 생산공장도 운영 중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본격화된 3월 생산 중단 명령을 받은 중국 상하이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 가동 재개 방안에 대해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경영진과의 미팅도 잡혀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JP모간 씨티은행 등 주요 IB와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신 회장의 재판과는 별도로 기업 인수합병(M&A)과 자금조달, 상장 관련 이슈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해외 기관투자가 의견을 듣고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신 회장이 직접 나설 예정이다. 롯데그룹이 원활하게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해외 기관투자가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 4곳은 지난 26일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안을 승인했다.

롯데가 미국에서 벌이는 사업도 점검할 전망이다. 롯데는 미국에서 액시올사와 연산 100만t 규모 에탄크래커 합작사업을 하고 있다. 연산 70만t 규모의 에틸렌글리콜(EG) 공장도 현지에 짓고 있다. 또 2015년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