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9일)를 앞두고 주요 정당의 금융공약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유력 정당 후보들이 서민·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금융회사들은 비상이다. 대표적인 곳이 대부업계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부업 최고 금리를 대폭 낮추겠다는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지난 28일 대선공약집에서 “대부업 최고 이자율을 이자제한법 이자율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최대 연 27.9%까지 받을 수 있는 대부업 최고 금리를 연 25%로 낮추겠다는 의미다. 이 공약과 별개로 문 후보 측은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 법정 이자율 상한을 연 20%로 낮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홍 후보도 법정 이자율 최고 한도를 연 20%로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은 공약을 내놨다.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하는 대부업계 대출 금리를 (소급해) 인하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최고금리 연 20%로 낮춰라"…비상 걸린 대부업계
대부업계는 초비상이다. 2011년 연 39%이던 법정 최고 금리를 2014년 연 34%, 지난해 3월 연 27.9%로 연달아 내렸는데 또다시 낮춰야 할 상황에 직면해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고 금리를 연 20%로 낮추겠다는 건 대부업체 간판을 내리라는 얘기”라며 “더 싼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 카드회사와 경쟁이 안 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고 금리를 낮추면 서민·취약계층은 불법 사채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카드회사들은 지난해 정부가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1.5%에서 0.8%로 낮추면서 수익성이 급락하는 등 타격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 측은 대선공약을 통해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기준을 높이고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3%에서 1.0%로 낮추겠다는 안을 내놨다. 홍 후보 측도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A카드사 고위관계자는 “2007년 이후 카드 수수료는 아홉 차례나 인하됐다”며 “한 달에 2만~3만원인 수수료를 깎아준다는 공약은 전형적인 표(票)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주요 대선후보는 서민·취약계층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문 후보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재조정을 진행 중인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연체 채권을 모두 소각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홍 후보도 취약계층의 소액·장기채무를 특별 감면하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선 문 후보만 공약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의결권 없는 지분은 10%)로 제한한 현행 규제를 풀어야 인터넷전문은행이 정상 가동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차기 정부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후보 측은 그러나 공약집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은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만 밝혔다. 사실상 현행 은산분리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이태명/정지은/김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