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산성 올리고 근로시간 줄여야" vs "근로시간 단축이 먼저"

금융팀 =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과 일자리 양극화 현상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이를 지키도록 하면 자연스레 노동생산성이 좋아질 것이란 주장이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노동생산성을 올리는 등 준비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아닌 노동자 개인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법제화로는 부족, 근로감독 등 행정 강화 함께 돼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한국이 오랫동안 저임금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많이 알려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들도 많다.

그런데도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것은 있는 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는 것이 1차로 중요하다.

노동시간 단축 이야기를 하면 생산성 문제를 말하지만, 노동시간이 길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일단 노동시간이 줄어야 생산성도 올라간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는 결국 바닥을 올려야 한다.

임금 양극화가 나올 때 위에는 끌어내리고 밑에는 올려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고임금 일자리는 인위적으로 임금을 낮추기보다는 소득세를 통해 상위 구간의 세율을 올리면 분배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황폐한 밑바닥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4대 보험 사각지대를 없애는 형식으로 올려 해결해야 한다.

또 파트타임 일자리에 대한 고용 안정성도 강화해야 한다.

법으로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직장에서는 빨리 은퇴하지만, 경제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노인 고용률이 높고 빈곤율도 높다.

번듯한 직장에서 더 오래 일하면서 노후를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노인 고용률이나 빈곤율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질이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안이다.

대선이라는 사회적 변화가 있을 때 이런 문제가 부각되고 큰 폭으로 진전돼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기본법 문제들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또 법만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어서 법이 지켜지도록 근로감독 행정 강화가 함께 돼야 한다.

◇ "중소기업 지원, 기업에서 개인 위주로 바꿔야"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일자리는 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괜찮은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많이 알려지고, 청년들이 많이 취업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자리의 97%는 중소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중소기업 구직자와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을 기업 위주에서 개인 위주로 바꾸는 것이다.

기업 대상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구직자가 실제로 중소기업에 갈 유인을 만들어야 하고 재직자 입장에서도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임금을 올려주거나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현재 대·중·소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각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 이를 보전해 주는 것은 한시적인 지원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근로자들의 급여를 올려주거나 경영성과를 공유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등 사후적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소기업이 경영성과를 근로자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할 경우 정부지원사업 참여시 우대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지원방안이라고 본다.

세 번째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에 대한 구조적 개혁이 추진돼야 일자리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지속해서 창출될 수 있다.

이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회적으로 혁신 주체 모두의 희생이 수반돼야 한다.

과거에는 장애인, 여성, 고령인력 등을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이야기했지만 요즘은 청년 구직자를 사회적 취약계층이라 부르고 있다.

그만큼 청년 구직자를 위한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대책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2017년도 고용 관련 예산 규모가 약 17조원 가량 된다고 하는데, 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

◇ "노동생산성 올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보완해야"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노동생산성이 향상돼야만 임금이 올라갈 수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시장에 의해서 노동생산성을 향상해야 하고 제도적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보완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독자적으로 하기는 어렵고 노사정 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독일은 노동을 나누어 근로시간을 많이 줄였다.

이것이 우리 실정에 맞는지 논의돼야 한다.

이것 역시 정부가 하기는 어렵고 결국 기업이 그런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장기 노동시간에 따른 문제와 개선방향을 잘 알고 있지만 당장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다른 곳에서 인력을 보충해야 하는데 그만한 인력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방안 중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최저임금제도 보완이다.

제도가 있지만 그동안 지켜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최저임금제가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포함해 전반적인 사회의 포용성, 이른바 노동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성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사회 포용성, 계층 간 이동성을 증진하는 문제가 다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높아지고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본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들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변화를 추진할 것인가를 숙의하면서 가야 한다.

포용성을 증진하려면 기회균등이 확장돼야 한다.

노동에 대한 질적인 제고를 위해 정부가 기업 교육훈련에 세제 지원을 하는 등 시장의 질적 제고 노력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기회균등과 포용성의 확장을 추진하되 시장성을 중요시해서 시장이 자생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끌고 가야 한다.

◇ "준비 안 된 근로시간 단축은 생계 위협…양질의 파트타임 일자리 필요"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근로시간 단축은 단순히 시간 단축만 해서는 안 된다.

저임금 노동자나 중소기업에 준비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은 생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단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생산성을 올리고 공정 거래를 통해 지급능력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 중소기업들이 성장해 중견기업으로 커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중질의 파트타임 근로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평균 노동시간도 단축됐다.

가정주부 등 단시간 근로를 원하는 수요는 많지만 이를 충족시켜줄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면 근로시간 단축도 함께 진행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일자리가 생겨나도록 직무 표준화 등의 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이다.

법정 정년이 60세지만 실제 지켜지지 않는 문제는 직무에 따른 임금체계가 만들어져야만 해결된다.

연차가 쌓이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지금 같은 호봉제에서는 명예퇴직과 같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직무중심 임금체계가 형성돼 일하는 만큼 임금을 받는다면 50대만 되면 직장을 나가야 하는 지금 같은 문화도 바뀔 것이다.

현재 노사정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정치 논리로 진행되면 안 된다.

또 대선주자들도 당선 후 정부를 꾸리게 되면 공약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적인 일자리 파이를 키우고 균형 잡힌 정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