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대북정책 제시에 北 미사일 발사로 응답
美 "핵동결에 보상 없다" vs 北 "비핵화 대화는 안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불리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이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29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응수한 모양새다.

트럼프 정부가 렉스 틸러슨 국무·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합동성명을 통해 발표한 새 대북정책은 중국을 움직여 원유 차단 등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채찍'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 시 협상할 수 있다는 '당근'을 포괄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대북정책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북핵 장관급회의를 주재하며 내놓은 발언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 기업·금융기관 등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즉각 이행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격하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가 아니다"면서 미국이 1995년 이후로 13억 달러(약 1조5천억원)을 북한에 원조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한다면 다시 그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손을 내미는 모습도 보였다.

더불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등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은 미국 측에서 더는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내 갈 길은 간다'는 '마이웨이'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29일 새벽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달 들어서만 3번째 발사다.

우선은 한반도를 향해 접근 중인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겨냥한 무력시위로 여겨지지만,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칼빈슨호의 한반도 진입에 대한 제한적 대응 성격이 강하다"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제재 강화로 가든 대화로 가든 북한은 일단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북한은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인룡 차석대사는 28일 A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군사 위협과 제재로 제거하려는 것은 허황된 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의 핵무기는 "정치적 흥정이나 경제적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우리의 핵무기 포기를 논의하는 어떤 형태의 대화에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쌍궤병행·雙軌竝行)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가 먼저"(김인룡 차석대사 17일 발언)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미는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 원유수출 차단 등의 카드로 북한을 압박,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몸값을 높인 뒤 미국에 대해 '비핵화 대화'가 아닌 '핵 군축협상'을 하자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 안보리 북핵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관심이 없다"면서 "북한의 속셈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핵 군축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뤄진 탄도미사일 발사도 새 미사일 개발의 하나로 여겨진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스커드 계열의 중거리 대함 탄도미사일인 KN-17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북한이 중국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는 당분간 자제하고 상황을 살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당분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북한은 저강도 무력시위로 대응하는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