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 양자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싣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과 직접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것(북·미 대화)이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방법”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은 올바른 의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며 “올바른 의제라는 것은 단순히 (핵 개발을) 몇 달이나 몇 년간 멈췄다가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논의할 준비가 되면 북·미 양자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이유는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북한에 체제 유지를 위해 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납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나 체제 붕괴를 원하거나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이 원하는 바와 같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도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북핵 문제 대화와 협상이 유일하게 옳은 선택”이라고 재확인했다.

또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중국과 북한을 ‘혈맹관계’가 아닌 ‘국가관계’로 규정했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상 국가관계’로 전환됐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의 극단적인 행동에 대가를 지불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도 감내하며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도 피력했다. 환구시보는 “북한이 추가적인 핵 또는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면 중국은 더 혹독한 제재 방안에도 찬성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북한의 추가 핵 도발로) 한반도 문제가 악화되면 중·조(中·朝) 관계는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추가영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