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집권 시 통상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외교부로 이관하겠다고 밝히자 관련 부처들이 술렁이고 있다. 조직이 떼어나갈 위기에 놓인 산업부는 ‘멘붕’이다. 중소기업청의 부처 승격 시 산업 정책 일부 기능이 떨어져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통상 조직마저 잃게 될 처지여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분위기다. 반면 외교부 공무원들은 “4년 만에 통상기능을 되찾아오게 됐다”며 반겼다. 한 통상 공무원은 “통상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는 동네북이냐”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마당에 조직을 흔드는 게 과연 도움이 될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로 또 이삿짐 싸야 하나"…통상관료 멘붕
◆네 번째 바뀌는 통상 주무부처

문 후보는 지난 27일 “통상부문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떼놓은 것은 잘못됐다”며 “통상부문은 다시 외교부에 맡기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소관 부처가 바뀌면 역대 네 번째가 된다. 통상기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관 부처가 달려져 혼선을 겪었다. 1994년까지 상공부 외교부 경제기획원 등에 분산돼 있다가 그해 말 상공자원부가 통상산업부로 바뀌며 산업부가 주무부처가 됐다. 김대중 정부가 취임한 1998년 초에는 다시 외교통상부로 이관됐다. 15년간 외교부에 가 있던 통상조직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다시 산업부로 돌아왔다. 통상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지만 주무부처가 계속 바뀌며 제대로 된 통상 공무원을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을 아는 부처가 맡아야”

산업부 공무원들은 차기 정부에서 통상 주무부처가 바뀌면 다시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이란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고 이들이 해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산업을 제대로 아는 경제부처가 맡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중 미국 영국은 통상조직이 독립기구로 있고 16개국은 경제부처에 있다”며 “외교부가 통상을 맡는 곳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낮은 호주 캐나다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관 파견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부의 보직설계 구조상 통상업무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통상조직이 4년 전 산업부로 돌아온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산업부는 통상 쪽에서 산업이나 에너지 분야로 보직을 바꿔도 국제협력 업무를 맡게 하는 등 전문성을 살려준다”며 “예를 들어 석유산업과로 가도 이란과의 석유협상 등의 업무를 맡기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협상력에서 외교부가 앞서”

외교부 주장은 자신들이 협상력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산업부 소관 업무는 제조업 위주인데 대부분 통상 마찰은 농수산업이나 서비스업 등에서 발생한다”며 “외교부는 특정 업종이 아니라 국익 제고 관점에서 통상업무를 다루고 이를 외교적으로 잘 풀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와 통상을 묶어 처리해야 효율적이라는 것도 외교부 논리 중 하나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한·미 FTA 재협상 카드로, 중국과 일본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과거사 등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결국 협상의 중요한 쟁점은 통상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정인설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