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정체에서 비롯된 바른정당 붕괴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소속 의원 33명 중 20명이 28일 후보 단일화를 공식 요구한 데 이어 이은재 의원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입당했다.

바른정당 의원 20명은 이날 조찬 회동을 통해 유 후보와 홍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3자 단일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회동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친문(친문재인) 패권 세력의 대세론 속에 안보 불안 세력, 좌파 세력의 집권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것이 나라를 걱정하는 다수 국민의 시대적 명령”이라며 “좌파 집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중도·보수가 함께하는 3자 후보 단일화”라고 밝혔다.

이어 유 후보를 겨냥해 “국가적 위기 속에 후보 개인의 입지와 정치 셈법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투표용지 인쇄 하루 전인 29일을 단일화 1차 시한으로 보고 유 후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에는 김성태 김학용 이종구 이진복 장제원 주호영 홍문표 의원 등 비유승민계 의원 대부분이 이름을 올렸다.

탈당 도미노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은재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정당을 떠나 홍 후보를 지지하고자 한다”며 “좌파 집권을 저지하려면 분열된 보수가 다시 하나로 합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자 원샷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여러 채널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후보들은 독자 완주 의지가 강하다.

이은재 의원에 이어 추가 탈당자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 안팎에선 이미 탈당을 고심하는 의원들의 이름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추가 탈당이 이어지면 바른정당 붕괴는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많다. 대선을 목전에 둔 다음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