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왼쪽),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나 혼자 산다'(왼쪽), SBS '미운 우리 새끼'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결혼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비혼족’과 ‘만혼족’이 늘면서다.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세대별로 엇갈린다. 비혼족 만혼족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에 새로운 삶의 양식이다. 하지만 결혼을 ‘일생일대의 과제’로 여기는 부모세대에는 큰 걱정거리일 뿐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결혼을 정반대 관점으로 조명하는 두 예능 프로그램이 나란히 인기를 끌고 있다. 2013년 첫선을 보인 원조 1인 가구 예능 MBC ‘나 혼자 산다’(나 혼자)와 지난해 시작한 SBS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다. ‘나 혼자’는 혼자 사는 연예인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결혼이 답’이라는 식의 결론은 내지 않는다. 반면 ‘미우새’는 독거 연예인들의 어머니를 스튜디오로 불러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입을 통해 결혼과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인 가구라는 소재는 같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전혀 다르다.

◆2030 “외롭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나 혼자’는 혼자 사는 인생이 나름대로 괜찮은 삶임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에서 박나래는 세련된 테이블과 조명, 각종 주류를 구비하고 손님을 맞는 ‘나래바(bar)’를 꾸며놓은 집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남동생의 결혼식은 동료 개그맨의 축가와 행사 덕분에 즐겁게 끝난다. 결혼식 후 목포 어머니 집에서 동료들을 불러 잔치를 연 박나래는 ‘나 좀 잘 살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힌다.

혼자라서 외로운 면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전현무는 친구와 집에서 기차놀이를 하다 “이렇게 막 놀다 잠깐 쉬면 허할 것 같아”라고 외로움을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결혼을 앞둔 오상진에게 “혼자 사는 남자 부럽지?”라며 익살을 떨기도 한다. 외롭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삶. ‘나혼자’가 보여주는 1인 가구의 모습이다. 혼자 사는 이들을 뭔가가 결핍된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싱글 라이프’를 다룬다. 1인 가구 비중이 27.2%(2015년 기준)까지 치솟은 요즘 이 프로그램은 많은 독거 청년의 공감을 사고 있다. ‘나 혼자’는 지난 2주간 전국 일일 시청률 7.0%, 7.8%를 기록하며 지상파 금요일 밤 예능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엄마들 “당연히 결혼을 해야지”

‘미우새’는 어머니가 아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관찰하며 MC와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철부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김건모, 박수홍, 토니안, 이상민과 이들을 지켜보며 걱정을 쏟아내는 어머니들의 반응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게임과 술을 좋아하는 김건모는 게임 동호회 모임을 즐긴다. 집에 ‘술 냉장고’ ‘술 정수기’를 들여놓기도 한다. 김건모의 허술하고 익살스런 모습에 그의 어머니는 “저러니 결혼을 못 한다”며 혀를 찬다.

어머니들이 오매불망 바라는 건 아들의 결혼이다. “현재는 결혼 생각이 없다”는 박수홍의 말에 어머니는 입을 꽉 다물고 수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결혼해 가정을 꾸린 친구 김인석이 수홍에게 “가족이 나로 인해 행복해 하는 모습이 좋다”고 하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야 돼. 주변에 저런 사람이 있어야 돼”라며 수홍의 결혼을 바란다.

이런 관점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시청자도 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 시대에서 결혼을 강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미우새의 약진은 무서울 정도다. 23일 방송분은 전국 평균시청률 18.5%를 기록했다. 비결은 뭘까. 이승한 TV평론가는 “모든 흐름에는 반작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인 가구를 존중해 달라는 청년 세대의 욕망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식만큼은 가정을 꾸리고 부인의 내조를 받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 세대의 욕망 또한 대변해 줄 창구를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