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사실상 지원하기로 하면서 향후 대선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에게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2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격 회동해 ‘통합정부’ 구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의 합류 여부는 공식화되지는 않았다. 안 후보는 ‘확답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합정부위원장을 맡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다음 정부가 통합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맞으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나라가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다음 정부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터전을 만드는 데 기여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내가 쭉 주장해 온 것이 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지난 5일 통합정부를 주장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지율의 한계를 절감하며 1주일 만에 출마를 접었다.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과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고리로 제3지대 구축을 모색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다만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고, 지난해 4·13 총선에서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이끈 김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안 후보가 반문 연대의 중심축을 형성해 온 김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은 ‘문재인 1강 구도’로 재편되는 대선판을 흔들기 위한 회심의 승부수라는 평가다. 안 후보가 개헌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대로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김 전 대표의 ‘대통령 3년 임기 단축’ 카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 측근인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안 후보의 ‘개혁공동정부’ 구상 발표에 대해 “대통령 임기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서도 조건을 붙이지 않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선에 나서는 후보로서 숫자를 특정하는 것이 어려워 (직접) 얘기를 안 한 것”이라며 “취지는 임기가 줄어드는 상황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정부추진위 참여 여부를 포함한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최 의원은 전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