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vs 2.7%’

미국 중앙은행(Fed) 시스템을 구성하는 뉴욕연방은행과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공식 수치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두 기관중 한 곳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연방은행은 1분기 미국 경제가 0.2% 성장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18일 내놓은 전망치 0.5%에서 0.3%포인트나 낮췄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증가율이 0.1%에 불과한데다 재고투자도 마이너스 1.1%로 전기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을 것이라는 게 근거다.

온라인 매체인 비즈인사이더는 “미국 경제가 1분기에 사실상 멈춰섰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내수판매가 지난해 12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예년보다 소득세 신고가 지연돼 세금환급을 늦게 받아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지난달 이상저온도 소비활동을 위축시키면서 1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린 요인이 됐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뉴욕연방은행은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보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예측치이긴 하지만 애틀랜트연방은행과의 격차가 역대 최대수준이다. 게다가 뉴욕연준은 지난 14일 전망치 2.6%에서 0.1%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최근 나온 소비지표가 부진하지만 산업생산과 빌딩건축 허가건수 등의 지표가 긍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두 곳의 전망치가 납득할 수 없을 정도의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분석모델의 차이에 있다. 월가의 투자전문지인 주간 배런스는 두 은행 모두 실시간 경제예측모델을 갖고 있지만 뉴욕연은의 ‘나우캐스트(Nowcast)’가 애틀랜타연은의 ‘GDP 나우(Now)’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캔사스시티 연방은행의 제조업 지수는 애틀랜타 연은의 전망치에 기울고 있다. 미국 중서부지역의 제조업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캔사스시티 연은지수는 이날 7로 나오면서 전망치 17을 크게 밑돌았다.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은 절충안을 선택하고 있다. 두 기관이 내놓는 전망치의 평균 수준으로 가늠하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조사를 통해 내놓은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1.1%다. 월가의 한 투자전략가는 “최근 나오는 경제지표를 보면 하드(hard) 데이터와 소프트(soft)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심리와 경기신뢰지수와 같은 소프트데이터는 경기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소비지출과 투자 등 구체적인 수치가 동반되는 하드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