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알짜 계열사 '승계 지렛대'로 활용하는 기업들
마켓인사이트 4월27일 오후 3시17분

창업주 일가(家)가 지분을 보유한 알짜 계열사를 자산 증식과 승계 기반 마련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종근당 한국타이어 삼표 손오공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알짜 기업은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를 발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종근당홀딩스는 27일 보유한 자사주 196억원어치(28만4771주)를 이장한 회장 외 1인이 보유한 경보제약 주식 196억원어치(147만1850주)와 맞교환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이번 주식 교환으로 종근당홀딩스 지분율을 37.88%에서 43.56%로 늘렸다. 종근당홀딩스도 경보제약 지분율을 33.36%에서 39.51%로 확대했다. 주식 교환으로 ‘이 회장 등 오너가→종근당홀딩스→경보제약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도 단단해졌다. 경보제약은 1987년 설립된 원료 의약품 제조회사다. 지난해 매출의 12.6%인 236억원을 종근당과 계열사에 공급해 올렸다.

이 회장 일가는 경보제약 주식을 팔아 그룹 경영권을 강화했다. 2015년 6월 경보제약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 중 239만주를 358억원에 매각했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형제도 알짜 계열사인 엠프론티어 등을 통해 자산을 불렸다.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하는 이 회사는 두 사람이 지분 24%씩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의 82.6%인 904억원을 한국타이어와의 내부 거래로 올렸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조현식·조현범 사장이 엠프론티어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대현 부사장도 최대주주(지분율 77.9%)로 있는 삼표기초소재(옛 신대원)를 승계의 ‘지렛대’로 삼을 전망이다. 삼표기초소재는 지난해 매출 2380억원, 영업이익 423억원을 올렸다. 매출의 절반가량인 1274억원을 삼표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신대원의 후신인 이 회사는 올 1월1일 삼표기초소재를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불렸고 사명도 삼표기초소재로 바꿨다. 정대현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삼표 지분율이 14.08%에 불과한 만큼 정 회장(81.9%)에게서 삼표 주식을 승계받아 그룹 지배력을 넓혀가야 한다. 증여세 등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 삼표기초소재 지분을 팔 수도 있고, 삼표기초소재를 삼표와 흡수합병해 지분율을 높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완구업체 손오공 창업주인 최신규 회장 일가도 초이락컨텐츠팩토리(초이락)를 통해 자산을 불렸다. 초이락은 변신 로봇 장난감인 ‘터닝메카드’의 개발·기획은 물론 중국 공장에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도 맡고 있다. 상장사인 손오공은 초이락에서 터닝메카드 제품을 넘겨받아 유통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초이락은 최 회장의 장남인 최종일 초이락 대표(45%)와 딸 율하씨(25%), 율이씨(20%), 부인 이희숙 씨(10%)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손오공에 터닝메카드를 납품해 매출의 57.5%인 1026억원을 올렸다. 터닝메카드의 인기몰이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1784억원)과 영업이익(452억원)을 기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