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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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직장에서 20년, 30년 근속한 뒤 퇴직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후배들은 꽃다발을 안겨줬고 박수를 쳐 줬다. 요즘 젊은이들 생각은 다르다. 장기근속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오면 옮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책마을] 연봉보다 값진 '동맹 관계'…떠날 인재도 붙잡는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선 이런 변화가 달가울 리 없다.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회사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까.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런 의심이 들 수 있다.

링크트인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과 실리콘밸리 출신 투자·기업가인 벤 카스노카, 크리스 예는 함께 쓴 《얼라이언스》에서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준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결은 ‘사람’에 있다. 동맹(alliance·얼라이언스)을 맺어라. 기업과 직원이, 팀장과 팀원이 동맹을 맺고 서로 상대의 가치를 높이려고 애쓰다 보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이렇게 역설한다.

동맹관계가 작동하면 직원은 프로 선수처럼 일한다. 저자들은 이를 ‘창업 마인드(entrepreneurship)’란 말로 설명한다. 창업 마인드를 지닌 이들은 변화를 주도하고 맡은 일을 완수한다. 픽사, 아마존이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것은 창업 마인드로 무장한 인재들이 엄청난 성과를 올려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제안한 사람은 벤저민 블랙이라는 평사원이다. 웹사이트 개발팀 관리자이던 블랙은 아마존이 가진 시설을 활용해 가상 서버를 판매하는 사업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직속 상사는 이를 무시하지 않고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저스에게 보고했다. 이사회는 반대했다.

그러나 베저스가 이들을 설득해 관철시켰다. 저자들은 블랙을 창업 마인드를 지닌 직원이라고 평한다. 이런 전문 인력이 매력을 느낄 만한 일터를 조성하고 이들이 기업가적 본능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조직의 리더가 할 일은 구성원 각자가 가진 위대한 능력을 알아보고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회사와 직원이 업무협약을 통해 동맹관계를 맺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한국은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아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노사가 동맹관계를 맺음으로써 우수 인재들이 직장생활에 만족하고 맘껏 재능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우수 인재들이 장기근속할 수 있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업의 핵심 인재는 장기근속하는 게 바람직하다. 저자들은 조직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아는 핵심 인재들이 장기근속해야 조직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업이 어떻게 우수 인재들과 장기 동맹을 맺을 수 있을까. 첫 단계는 회사와 직원이 추구하는 가치에서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양자 간 교집합이 클수록 직원은 열정적으로 일하고 장기근속할 가능성이 커진다. 서로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도 쉽다. 저자들은 직원과 터놓고 얘기하라고 권한다. 속내를 얘기하다 보면 신뢰가 쌓이고 우수 인재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네트워크 지성(network intelligence)의 중요성에 관한 설명도 담겨 있다. 네트워크 지성이란 모든 직원의 네트워크를 통해 발휘할 수 있는 집단지성을 말한다. 이는 기업이 외부와 교류하고 정보를 얻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숨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인맥이 넓은 인재를 채용해 네트워크 지성을 확대할 수 있게 도와야 하며, 직원은 네트워크 지성을 회사와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생직장’ 시대가 가고 ‘평생직업’ 시대가 오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우수 인재를 오래 품고 싶겠지만 이들은 떠날 준비가 돼 있다. 급여를 많이 주기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얼라이언스》는 이런 고민을 하는 리더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리드 호프먼의 인사관리 노하우도 담겨 있다.

김광현 < 디캠프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