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주최·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2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에서 열린 ‘19대 대통령후보 경제공약 검증 토론회’에서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앞줄 오른쪽부터), 이종원 전 한국경제학회장(전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김인준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서울대 명예교수),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토론 발제문을 듣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경제학회 주최·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2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에서 열린 ‘19대 대통령후보 경제공약 검증 토론회’에서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앞줄 오른쪽부터), 이종원 전 한국경제학회장(전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김인준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서울대 명예교수),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토론 발제문을 듣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민간 기업의 성장 의지를 자극하지 못하는 것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경기 부양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한 것이 경제정책 공약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다.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해 27일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경제공약 검증 토론회’에서다.

한국경제학회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한성대 경제학 교수를 중심으로 평가패널을 구성해 후보별 경제정책 공약을 성장전략, 복지, 노동 부문으로 나눠 강·약점을 분석했다. 지지율 1·2위 후보의 경제정책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공공 역할만 너무 강조”

후보들이 앞다퉈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게 평가패널의 공통된 인식이다. 일자리와 고용 창출로 경기 회복과 장기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공약들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 후보는 정부·공공 부문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안 후보는 경기침체를 극복할 구체적인 제안이 부족하다”고 총평했다. 문 후보는 ‘사람 중심 경제를 통한 국민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 지출을 일자리에 집중해 가처분소득 증대를 통해 경기 둔화에서 탈피하자는 취지다.

‘좋은 성장, 좋은 일자리’를 전면에 내세운 안 후보는 경기 부양에 대한 고민과 인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4차 산업혁명을 감안해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도록 교육·과학기술·창업 개혁을 앞세우는 건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경제 성장 논의에 비해 경기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이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재원 대책 없는 복지 공약”

유권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복지 공약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 대부분 복지 공약이 비슷한 데다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데도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나 복지의 중복 수혜와 관련해선 어떤 후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에 대해선 생애주기별 복지 수요를 구분해 정책을 수립한 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교육재정 투자를 통해 육아와 교육 부담을 덜겠다는 공약의 현실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공약의 성공 여부는 재원 조달에 달려 있는데 이 분야 공약에만 7조원 이상이 소요돼서다. 그는 “재정 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조달한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은 “고용절벽, 성장절벽 등의 국내 문제와 북한 리스크,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등 대외 변동성 확대가 한국 경제를 궁지로 몰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실효적인 경제정책과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각 캠프 정책통 ‘난타전’

각 당 대통령 후보를 대신해 참석한 ‘경제통’들은 경기부양, 재벌개혁 등 경제 현안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관련 논쟁도 벌어졌다. 안 후보 측의 김관영 의원은 “최근 문 후보 측이 추경 문제를 얘기했지만 임시방편적이고 경기부양 효과를 노린 추경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취임 직후 10조원 이상의 일자리 추경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후보 측 홍종학 전 의원은 “적극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문제를 풀어주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측의 이종훈 전 의원은 “유 후보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양적완화’를 말했고 이와 관련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벌개혁을 놓고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홍 전 의원은 “4대 재벌의 경제력 남용이 심하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침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재벌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 김종석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재벌이 없어지면 혁신이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진짜 믿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선거 기간이 되니까 정치권에 재벌 때리기가 유행한다”고 꼬집었다.

김은정/박종필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