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흠 연세의료원장(왼쪽 두 번째)이 와타나베 마사야 히타치제작소 헬스케어사업 부문 최고경영자(세 번째) 등과 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왼쪽 두 번째)이 와타나베 마사야 히타치제작소 헬스케어사업 부문 최고경영자(세 번째) 등과 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
2020년부터 국내 암 환자들이 현존하는 최고의 암 치료로 꼽히는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의료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양성자치료기에 이어 중입자치료기까지 도입되면 국내 의료계에 ‘꿈의 암 치료기’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6일 한국히타치와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위한 사업추진협약(LOI)을 맺었다. 연세의료원은 1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신촌세브란스병원 내 심뇌혈관병원 뒤편 주차장 부지에 중입자 가속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2020년 총 3개의 치료실을 열기로 했다.

암 치료법은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으로 나뉜다. 방사선 치료는 외부에서 방사선을 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이다. 암을 죽이는 데는 효과가 크지만 방사선이 암세포에 도달하기까지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치료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양성자 치료기와 중입자 치료기다. 먼저 상용화된 양성자 치료기는 수소원자의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뒤 환자 몸속 암 조직에 투사하는 방식이다. 양성자가 암 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 손상이 적고 치료 효과가 크다.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이온의 중입자를 활용해 방사선 에너지를 내는 방식이다. 양성자 치료와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적지만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는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치료 방식이 표준화되지 않은 데다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단점이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국내 일부 암 환자가 8000만~1억원의 치료비가 드는 중입자 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로 간다”며 “절반 수준의 치료비로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의료기관 중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한 곳은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등 두 곳이다. 중입자 치료기는 없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이 2020년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달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서울대병원을 선정했다. 서울대병원이 최종 운영자로 확정되면 중입자 치료 주도권을 두고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맞붙게 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