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굿모닝 월스트리트] '트럼프 랠리 2.0' 재개…금융에서 IT로 대표선수 교체
지난달 이후 주춤했던 뉴욕증시의 ‘트럼프 랠리’가 재개됐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이후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트럼프 랠리 1.0’과의 차이점은 금융주가 아닌 IT주로 대표선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도 나스닥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지수 6000선을 돌파하면서 전체적인 투자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41.67포인트, 0.70% 상승하며 6025.49에 마감했다. 이날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을 비롯,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과 전자상거래 1위 기업 아마존, 소셜네트워크(SNS) 1위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IT와 인터넷을 대표는 5개사의 시가총액 합계도 뉴욕증시 전체의 10%를 넘어섰다.

나스닥 지수의 올들어 상승률도 11.93%로 다우지수(6.24%)와 S&P500지수(6.69%)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이후 12월말까지 상승률을 보면 다우지수 7.80%를 기록한 반면 나스닥 지수는 3.65%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S&P500지수의 4.64%에 뒤쳐진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상당히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결과 지난해 대선 이후 상승률에서도 나스닥 지수가 16.0%로 다우지수(14.53%)와 S&P500(11.64%) 지수를 모두 제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스닥 지수가 2000년 당시의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며 지수 6000선 돌파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나스닥 지수의 2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WSJ는 닷컴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 나스닥 지수의 최고치였던 2000년 3월 10일 종가(5048.62)를 올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고려해 환산하면 7196.56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가 6000선을 넘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치에서 17% 낮은 수준이라는 해석이다. 올들어 기록중인 12%의 상승률도 2000년초반부터 당시 최고가를 돌파한 3월25일까지 기록한 25%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쳐 단기급등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월가의 우려와 달리 ‘착한 트럼프’로 돌아선 점도 투자자를 안심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핵심공약인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서 한 발짝 물러서며 미 연방정부의 기능이 일부 중단되는 이른바 ‘셧다운’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된 것이 단적인 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을 위한 비용이 28일로 시한이 다가오는 올해 임시예산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내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다며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로써 올해 5~9월 연방정부의 예산이 담긴 임시 예산안이 오는 28일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연방정부의 일부 업무가 잠정 중단되는 셧다운이 예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안을 제시해 파국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이번 주 프랑스 대선과 미국 연방정부의 폐쇄 등 금융시장에 테일리스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형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호조까지 뒷받침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