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는 가운데 자동차 및 화장품 업체의 실적은 되레 뒷걸음질쳤다. 중국의 이른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매출이 뚝 떨어진 탓이다.

현대자동차는 올 1분기(1~3월) 매출 23조3660억원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2508억원, 1조4057억원을 거뒀다고 26일 발표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5%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8%, 20.5%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5.4%에 그쳤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모두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뒤 역대 1분기를 통틀어 최저치다. 당기순이익은 2010년 1분기(1조2813억원) 이후 가장 적다.

현대차 실적이 나빠진 이유는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져서다. 특히 세타Ⅱ 엔진 결함에 따른 리콜(결함 시정) 충당금을 2000억원 정도 쌓으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중국 판매량 급감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중국 현지 합작회사인 베이징현대의 실적 악화로 지분법 평가이익이 줄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44.3% 감소한 5만6026대를 팔았다. 현대차의 판매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뷰티 열풍’을 일으키며 중국에서 돈을 쓸어담던 한국 화장품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1분기 매출(1조855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4177억원)은 10% 감소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감소한 탓이다. 28일 발표 예정인 LG생활건강의 1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지난달 15일 방한 단체관광을 금지한 데 따른 타격이 예상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면세점을 찾는 유커의 발길이 뚝 끊겨서다. 토니모리,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은 이미 지난해 중국 사업에서 적자를 냈다. 4년 연속 적자를 낸 더페이스샵무역광둥법인은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무역광둥법인 순손실이 지난해 43억원으로 늘자 중국 광둥과 상하이 법인을 합치기로 했다. 토니모리는 올해 6월 말로 예정된 중국 공장 완공 시기를 3분기 말로 늦췄다.

장창민/민지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