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끌어온 '참치분쟁' 멕시코, 미국에 판정승
참치를 놓고 벌어진 미국과 멕시코의 무역분쟁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멕시코 손을 들어줬다. WTO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이 멕시코산 참치 수입을 계속 금지하면 멕시코가 연간 보복관세 1억6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미국은 멕시코의 참치잡이 방식을 문제 삼아 1991년부터 수입을 거부했다. 멕시코 어부들이 돌고래 주변을 맴도는 참치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아 참치는 물론 돌고래까지 포획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미국 상무부는 ‘돌고래 보호(dolphin safe)’라는 라벨이 표시된 참치캔에 대해서만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 상표법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2008년 처음으로 WTO에 제소했다. WTO는 “미국의 이런 규제가 멕시코만 차별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돌고래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 무역 규제 요소가 있다”고 판정했으나 미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2013년 미국이 돌고래 보호 라벨 규정을 일부 수정했지만 WTO는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멕시코 측은 “참치잡이 중 돌고래가 죽는 경우는 아주 적지만 미국은 관련 서류 제출과 감시 등으로 차별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는 이처럼 엄격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WTO의 결정 금액은 멕시코가 주장한 피해액인 4억723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WTO 판정이 나오자마자 멕시코 경제부는 미국산 제품에 즉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멕시코의 관세 부과 대상으로는 옥수수 시럽이 꼽힌다. 그러나 미국이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차별 행위를 멈춘다면 판정은 번복될 수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변인은 “WTO의 결정은 미국의 돌고래 보호 표시 갱신 정보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멕시코는 의도적으로 돌고래를 추적해 포획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