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의 변심?…"나는 유럽인, EU의 적대자 아냐"
다음달 7일 치러질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에 진출한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사진)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영방송 TF1에 출연해 “나는 유럽인이며 (유럽연합을 포함한) 유럽의 적대자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 각국이 합의한 각종 조약을 존중하며 프랑스가 이런 우호적 조약들의 근간에 있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르펜 후보는 대선 1차 투표 때까지 프랑스가 유럽연합(EU)에서 독립해야 한다며 강한 반(反)EU 색채를 보였다. 그의 변신은 극우 성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고 보수 우파와 좌파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특히 1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뒤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좌파 장뤼크 멜랑숑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결선 진출에 실패한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와 사회당 브누아 아몽 후보는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르펜은 또 “대통령 후보는 모든 프랑스인을 위한 것이지 단지 FN의 후보가 아니라면서 FN 대표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 마크롱 후보의 노동법 개혁 공약이 근로자들이 제 살을 깎아 먹도록 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일본 정보보안 업체 트렌드 마이크로 연구원의 말을 인용, 러시아의 해커 집단이 마크롱 후보를 표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줄곧 르펜 후보를 지지해 왔다. 이 회사 연구원은 러시아 해커집단 ‘APT 28’이 마크롱 후보의 측근에게 가짜 웹사이트로 유도하는 메일을 대량으로 전송했다고 밝혔다. 마크롱의 디지털담당 책임자 무니엘 마죠비는 지난해 10월 이후 열 건의 피싱 공격이 있었지만 전부 실패로 끝났다고 전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