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공격 대상을 바꿨다.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중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대신 새로운 목표물을 찾아냈다. 이웃나라 캐나다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캐나다가 (미국) 위스콘신주와 국경지대 다른 주에 있는 낙농업자의 사업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그냥 참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미국 농업을 장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캐나다가 미국에 매우 거칠었음을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수년에 걸쳐 우리 정치인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캐나다는 미국에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으며 우리는 거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무역전쟁' 타깃 바꿨나…트럼프, 중국 대신 연일 '캐나다 때리기'
◆‘우유전쟁’이 발단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의 무역관계를 주목하게 된 1차 배경은 ‘우유’다. 캐나다는 이달 중순 치즈·요거트 가공용 미국산 우유에 관세를 부과했다.

양국 정상은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한 일은 “수치스러운 것”이자 “매우, 매우 불공정하다”고 비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유제품은 타당한 이유로 보호되는 것”이라며 “미국은 캐나다와의 유제품 무역에서 4억달러(약 4512억원)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미국은 자작나무 등 캐나다산 목재(소프트 우드) 수입품에 3~24%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캐나다산 소프트 우드의 80%(연간 50억달러어치)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캐나다도 발끈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합동 태스크포스를 소집해 목재산업을 수호할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자원부·외교부 장관 공동성명서를 이날 발표했다. 미국의 행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상 제재가 가능한지 등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무역흑자’

‘캐나다가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통계자료와 어긋난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5년 기준 미국은 캐나다를 상대로 119억달러(약 13조4351억원) 흑자를 냈다. 상품교역에서 150억달러 적자가 났지만 서비스교역에서 27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상품교역 적자 규모는 2014년(200억달러)보다 57.1% 감소했다.

양국의 무역은 주로 상품교역(86%)에 집중돼 있다. 미국에 캐나다는 중국 다음으로 상품 거래를 많이 하는 나라다. 미국은 주로 자동차·기계 등을 캐나다에 수출하고, 캐나다에서 셰일오일과 같은 광물·연료 등을 수입한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993년 NAFTA 발효 전보다 230% 넘게 늘어났다. 멕시코처럼 캐나다 쪽 미국 접경지역에도 미국 기업이 공장을 두고 원자재·부품·완제품을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NAFTA 재협상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일부 미국 제조업체가 “공급사슬 체계가 깨질 수 있다”며 우려한 이유다.

◆NAFTA 재협상용?

바로 이 대목이 트럼프의 노림수일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 간 해외직접투자(FDI) 규모를 비교하면 미국에서 캐나다에 투자한 금액(2014년 총액 기준 3861억달러)이 캐나다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2612억달러)보다 훨씬 많다. 제약회사 밸리언트 등 미국 회사가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캐나다로 본사를 옮기는 일도 잦았다.

또 해외 업체 가운데 미국 시장을 겨냥해 미국과 가까운 캐나다에 공장을 세우는 사례가 있었다. 국내외 기업에 “미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캐나다 역시 ‘눈엣가시’인 셈이다.

미국은 캐나다와의 분쟁을 통해 향후 NA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4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번 우유 분쟁이 ‘NAFTA의 끔찍한 면모’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