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리바운드 사회를 만드는 임팩트금융
저성장과 고령화의 확산은 양극화로 이어지기 쉽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빈부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보살핌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최근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에서 앞으로는 “리바운드 사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 번 슛을 했다 실패하더라도 리바운드를 잡아 슛을 넣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저신용 취약계층에 금융 기회를 주고, 경제·사회·환경 문제를 혁신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융통해 주는 ‘임팩트금융’이 필요하다. 임팩트금융의 역사는 4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혁신금융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네덜란드의 작은 은행 트리오도스는 1980년 설립 이후 지역 기반 기업과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해 왔다. 지속 성장과 수익성을 모두 확보하면서도 유기농 농업, 그린빌딩, 소셜 하우징 확산 등에 기여하며 ‘사회적 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월가 투자은행들이 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트리오도스는 수익을 내며 건실한 성장을 보여줬다. 2009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국제금융공사(IFC)는 트리오도스를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성이 높은 은행’으로 선정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빈민 구제를 목적으로 1976년 설립된 소액대출 전문 은행이다. 이들은 윤리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적 투자금융의 모습을 실현해 왔다. 사실 이런 사회적기업의 성공은 일반 기업보다 훨씬 더 처절한 혁신이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2013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제안으로 민간 투자를 유치해서 임팩트금융을 활성화하자는 특별팀이 만들어졌다. 이는 주요 8개국(G8)의 경제 아젠다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민간 부문에서 사회연대은행이 만들어져 성공적으로 운영돼 왔다. 사회연대은행은 기업하려는 의지가 있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주로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2007년 이후로는 휴면예금법과 사회적기업법이 제정돼 설립된 미소금융재단이 함께 사회적 금융의 일익을 담당해 왔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금융이 새로운 가치에 기반을 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진정한 성장은 포용성장이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리바운드 사회를 위해 임팩트금융의 적극 도입과 함께 민간 부문 재원 확보와 역할 증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윤만호 < EY한영회계법인 고문 man-ho.yoon@kr.e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