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모습. 주연 배우들이 연기하는 가운데 뒤에서는 앙상블이 가로등 소품을 들고 나르고 있다. 프레인글로벌 제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모습. 주연 배우들이 연기하는 가운데 뒤에서는 앙상블이 가로등 소품을 들고 나르고 있다. 프레인글로벌 제공
한창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 무렵 ‘끼익~끽’ 하는 잡음이 크게 들렸다. 앙상블(코러스 배우)이 바퀴가 달린 무대 소품을 나무바닥 무대 위로 끌고 나오면서 발생한 소리였다. 이 앙상블은 소품을 약속된 위치에 놓고는 극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동작을 보여주고 퇴장했다.

식탁 의자가 무대에 놓였다. 배우들은 그 위에 앉으며 자동차에 탄 것처럼 연기했다. 배우가 의자에 앉을 때 ‘철커덕, 탁’하는 음향이 나왔다. 관객이 극을 따라가려면 식탁 의자를 자동차로 믿어야 한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는 대학로 소극장 공연에서 나올 법한 무대어법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관객이 극에 빠져드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거리두기 효과’로 치부하거나, 시공간의 한계를 재치있게 극복하는 연극적 재미를 주는 ‘연극적 약속’으로 즐기기에는 왠지 억지스럽다. 오히려 이런 장치들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소음과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퍼포먼스 등은 극에 대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극이 너무 평탄하게 진행되는 것도 관객에게 지루한 느낌을 주기 쉬운 요소다.

201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의 원작은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실화 소설이다. 메릴 스트리프,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유명하다. 국내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라이선스 공연은 오리지널 무대의 대본과 음악은 그대로 쓰되 무대세트와 의상, 연출기법 등은 재창작하는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됐다.

극의 진행은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시골마을 매디슨 카운티에 사는 주부 프란체스카(옥주현 분)가 남편·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사진작가 로버트(박은태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얘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 일생을 뒤흔드는 인연을 만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와의 만남을 통해 삶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한다. 공연은 삶에서 사랑이 가지는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하지만 대극장 뮤지컬에 어울리지 않은 연극적 어법의 빈번한 사용은 원작이 지닌 감동의 힘을 감퇴시킨다. 캐스팅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주연을 맡은 30대 배우 옥주현과 박은태는 섬세한 감정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주지만 원작의 ‘중년의 사랑’을 진솔하게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두 배우가 서로를 ‘프란체스카’ ‘로버트’라고 부르며 미국 시골마을 중년을 연기하다 보니 어색한 느낌을 준다.

공연이 만 13세 이상 관람가 등급인 것에 맞지 않게 자주 등장하는 비속어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프란체스카가 친언니 키아라가 남성과 잠자리하는 것을 “다리를 벌려준다”고 표현하는 장면에선 민망하기까지 했다. 제작사인 프레인글로벌 관계자는 “원작에 나오는 표현을 그대로 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정 인종이나 성별을 비하하는 표현은 가급적 삭제하고 무대에 올리는 게 최근 공연계의 흐름이다. 오는 6월18일까지, 6만~14만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