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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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 70% 수익률을 기록한 브라질 국채에 이어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채권을 찾는 국내 거액 자산가가 늘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 채권은 연 6~7%에 이르는 높은 금리를 앞세워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자산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채권은 안전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좇는 자산가들의 ‘쇼핑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러·인도 채권, 고금리에 자본·환차익도

올 들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4개 증권사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8억2300만루블(약 165억원)어치 러시아 국채를 팔았다. 최소 투자액이 100만~150만루블(약 2000만~3000만원)인 만큼 거액 자산가들이 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높은 이자 때문이다.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연 6%대 후반에서 7%대 초반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 중앙은행(CBR)의 기준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채권시장에서는 CBR이 지난달 금리를 종전 연 10%에서 9.75%로 내린 데 이어 연내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 채권도 러시아 국채 못지않게 자산가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하고 있는 인도 채권은 올 들어 100억원어치가 팔렸다. 인도 식량공사와 철도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등 공사가 발행한 회사채로, 연 6%대 초반의 이자를 지급한다. 환 헤지(회피)를 따로 하지 않아 루피화 강세로 인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박승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인도 중앙은행(RBI)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선회한 만큼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차익보단 인도 경제의 고성장에 따른 루피화 가치 상승을 염두에 두고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루피·달러 환율은 5.59% 하락(루피화 가치 상승)했다.
자산가들이 사랑에 빠졌다…'러시아·브라질·사우디·인도 채권'
◆사우디 국채 금리, 달러 예금의 3배

사우디아라비아 국채는 러시아와 인도 채권보다 이자는 낮지만 안정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자산 배분 효과를 누리려는 자산가들이 매입에 나서면서 국내에서 판매된 지 2개월여 만에 2400만달러(약 270억원)어치가 팔렸다.

신한금융투자와 유안타증권은 작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175억달러(약 19조6300억원) 규모로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를 지난 2월부터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표면금리는 연 3.2%.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 신용도가 ‘A+’(무디스 기준)로 인도(BBB-)와 러시아(BB+)보다 각각 5, 6단계 높기 때문에 수익률은 그만큼 낮다.

장동혁 유안타증권 채권상품팀 대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채는 사실상 달러만큼 안전하다는 판단에 달러 예금 금리(연 1.2~1.3%)나 미국 국채보다 1%포인트 이자라도 더 챙기려는 자산가들이 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로 발행된 이 국채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시중금리가 아니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연동된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와 상관계수가 약 0.9(최댓값 1)에 이른다. 지난달 연 2.6%대까지 올랐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현재 연 2.2~2.3%대로 떨어지며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전략실장은 “올 들어 선진국에 이어 신흥국에도 경기 회복의 온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거액 자산가들의 해외 채권 투자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디트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편승해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호전되고 있거나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덜 받는 국가 채권에 투자하는 게 좋다”며 “러시아와 인도 채권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