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고 다들 난리다. 공급(구직자)이 수요(일자리)보다 많으면 기업은 낮은 가격에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에 가도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인재’라는 상품의 가치를 정량화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학력 등 속칭 ‘스펙’이 좋아도 불성실하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층면접 등 다양한 방법을 쓰지만 길어야 10분 안에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긴 어렵다. 그래서 해외 기업들은 직원의 지인 추천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구인구직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원티드랩은 ‘지인 추천’을 시스템화하고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했다.

[스타트업 리포트] "쓸 만한 인재, 어디 없나요?"…대기업도 찾는 '지인소개 앱'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는 “‘잡 포털’이라 불리는 사이트들은 기업들의 구인 공고만 띄워주고 끝입니다. 결과에 책임지지 않아요. 헤드헌터들은 결과에 책임지지만 개개인이 움직이다 보니 효율적이지 않죠. 이 둘을 합하면 재미있는 모델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원티드는 구인 공고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해당 구인 공고를 지인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필요하면 추천서도 쓸 수 있다. 그렇게 채용이 되면 기업에서 월급의 7% 정도를 사례비로 받는다. 이 돈은 원티드랩과 추천인이 나눠 가진다. 헤드헌터들이 보통 월급의 10% 이상을 수수료로 받는 것을 고려하면 기업으로서도 이득이다. “추천을 몇 건만 잘해도 몇백만원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구인 공고를 모아 띄운 건 아니다. 처음엔 이 대표를 포함한 공동창업자들이 자신의 지인 중 이직을 원하는 100여명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창업자들이 지인을 추천한 것이다. 30대 중반으로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이직시장에서 몸값이 높은 기업 출신들이었다. 원티드에서 채용하면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지금은 SK텔레콤 등 대기업들도 원티드에 채용을 맡기고 있다.

원티드는 2015년 3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 만 2년밖에 안 됐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창업 첫해 초기 투자로만 17억원을 받았고 현재 추가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월평균 50~100건의 채용을 성사시키는데, 이 정도면 전체 채용 알선 시장에서 10위 이내에 든다고 한다.

일본에도 진출했다. 원티드 ‘고객’ 중 한 명이 서비스가 너무 좋아 이 대표에게 일본 진출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일본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인 데다 출산율도 낮아 기업들이 경력자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며 “채용에 따른 사례비도 월급의 30~100% 수준으로 높아 한국보다 시장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전문은 엣지스토리(www.edgestory.net)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