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 금융부장
박준동 금융부장
숨 가쁘게 달려온 2년이었다. 천장을 모르고 급증하는 가계부채, 곪아 터질 지경에 이른 조선·해운 부실 등 난제(難題)가 수두룩했다. 틈틈이 금융개혁도 해야 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성과도 냈지만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식을 두고선 비난도 받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지난 2년이다.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준동 한국경제신문 금융부장을 만난 임 위원장의 얼굴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시장과 법원에 의한 구조조정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시장과 법원에 의한 구조조정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임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대우조선이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난달 23일 6조7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회생계획안을 내놓았고, 한 달여 설득 끝에 지난 20일 시중은행,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는 “채무재조정을 통해 대우조선이 회생 기회를 잡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며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최종 목표는 경영 정상화를 통한 주인 찾아주기”라고 말했다. 또 “대우조선 임직원은 국민에게 큰 빚을 졌다”며 “이를 잊고서 다시 방만 경영을 한다면 국민들께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관(官) 주도 구조조정,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채권단 중심 구조조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는 “기업 채무 중 은행권 여신보다 회사채 등 시장성 부채가 많아지면서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며 “사회적 합의를 얻는 것도 힘들고,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지금 금융사 체력은 80점 이상…위험 감수해 수익 높여라"
그러면서 앞으로의 구조조정은 ‘시장’과 ‘법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손실분담’이란 원칙에 따라 자율 구조조정을 도모하고, 안 되면 법원 주도의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를 통해 신속히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 위원장은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국내 은행의 건전성은 굉장히 좋아졌다”며 “현재 은행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은 된다”고 평가했다.

임 위원장은 하지만 “리스크를 회피하느라 은행들이 보수적 영업에만 의존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학(리스크 관리)만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국어 영어 등(수익성 확대)은 게을리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은행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기업 금융,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우량 차주(借主)에게만 대출해 줄 게 아니라 중금리대출 등도 적극적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과 별개로 서민·취약계층, 그중에서도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은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는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은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여서 규모를 줄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자금 공급을 지속하면서 사업 실패 등으로 회수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지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전문

정리=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