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코리아] 여성 박사 절반, 연구 현장서 사라진 까닭
유네스코가 공개한 세계 각국 연구개발(R&D) 통계를 보면 한국 여성 연구인력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학부 학생 중 39%, 박사학위 과정을 밟은 학생의 38%가 여성이지만 실제 연구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여성 비율은 19%로 뚝 떨어진다. 박사 과정을 밟은 여성 연구자 절반이 사라져버린 셈이다. 이런 수치는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33%), 싱가포르(30%)보다도 훨씬 낮다.

공공기관과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여성은 각각 25%와 29%인 데 비해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 연구자는 14%에 머문다. 공공 영역과 달리 민간 부문에서 여성 연구자의 경력 단절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학을 제외하고 4차 산업혁명의 씨앗을 뿌릴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 여성 연구자의 진출은 각각 26%와 10%에 불과하다. 정시 출퇴근이 어려운 연구실 풍토에서 겪는 출산·육아의 어려움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19대 대통령 선거 주요 후보자는 과학기술인을 지원하겠다고 공언만 할 뿐 경력이 단절된 여성 과학기술인 활용 방안 등 구체적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 R&D사업에서 대학의 역할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미국은 독창적 연구 결과를 내기 위해 정부 R&D 예산 중 기초연구 분야의 51%를 대학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체 국가 R&D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1년 25.4%에서 2015년 22.6%로 계속 줄고 있다. 윤지웅 경희대 교수는 “기초연구비는 가급적 많은 과학자에게 널리 지원할수록 빼어난 연구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현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한국 R&D 규모가 19조1000억원에 이르지만 이 중 기초연구비는 5조2000억원, 이 가운데 수학·통계·물리·화학 등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비중은 4500억원에 불과하다”며 “기초연구의 핵심인 이들 기초과학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