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뉴메모리 M램(자성메모리)을 내장한 시스템온칩(SoC) 시제품 생산을 완료하고 마케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호황 속에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도 전운이 감도는 양상이다. 앞서 인텔과 마이크론이 P램(상변화메모리) 기술을 접목한 3D 크로스포인트라는 이름의 기술을 내놓은 데 이어 IBM이 3비트 P램을 발표한 점을 상기하면 특히 그렇다. 시장 창출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차세대 반도체 시대도 그만큼 앞당겨질 전망이다.

2000년대부터 국내외 반도체 회사들이 연구해온 P램, M램 등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현재의 메모리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 미세공정의 한계, 적용 분야 다변화, 반도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등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D램 낸드플래시의 거듭된 진화를 이끌어온 삼성은 M램 Re램(저항변화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를 준비해 왔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다음에 벌어질 전투를 이미 상정해 두었다는 얘기다. D램 플래시메모리가 삼성이 처음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빠른 혁신으로 주도권을 장악했다면, 차세대 반도체 M램은 삼성이 시장을 만들겠다고 나선 케이스다. 더 이상 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로서의 선언이다. 박수를 보낸다.

반도체는 한국에서 정보기술 시대를 앞당긴 결정적 기반이었고, 4차 산업혁명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미국 중국 등이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경쟁력을 외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업이 퍼스트 무버로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에 나선 마당에 정부가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특히 대기업이 하는 반도체를 정부가 왜 지원하느냐는 식의 논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당장 대학에서 반도체 인력 공급이 끊기고 연구기반이 사라진다면 산업생태계는 붕괴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대기업이어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반도체는 미국 일본의 견제와 중국의 맹렬한 추격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