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역대 세 번째다. 주력 사업이던 원유 정제를 통한 석유사업 대신 신수종 사업으로 꼽히는 화학과 윤활유 부문에서 처음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경영철학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내부 분석이다.
[SK 주력사들 '깜짝 실적'] SK이노베이션 '딥 체인지'…화학·윤활유가 1조 영업익 이끌었다
◆무엇이 달라졌나

SK이노베이션은 25일 1분기 매출 11조3871억원, 영업이익 1조43억원의 실적(연결 기준)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조9289억원(20.3%), 영업이익은 1595억원(18.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1년 1분기(1조3562억원)와 지난해 2분기(1조1195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화학 부문이 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화학사업은 주요 공정이 지난해 4분기 정기 보수를 마치고 본격 재가동에 들어갔다. 에틸렌과 파라자일렌 등 주요 제품 가격이 호조를 보이면서 작년 동기보다 1323억원(29%) 늘어난 45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으로 석유사업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윤활유사업도 공급 부족에 따른 수익성 상승으로 전분기 대비 85억원(10%) 증가한 94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주력인 석유사업 매출은 전체의 70%에 달하는 8조63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539억원으로 전분기(6094억원)보다 다소 부진했다.

화학과 윤활유 등 비(非)석유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5496억원)로 45%(4539억원)를 기록한 석유사업을 앞질렀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1년 1분기의 경우 석유사업이 60%(8139억원)로 28%(3840억원)에 그친 화학·윤활유를 압도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석유사업 중심에서 에너지·화학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바뀌면서 회사의 수익 경로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날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3.34%(5500원) 오른 17만원에 마감했다.

◆체질 개선 성공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228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호(好)실적을 이어감으로써 최태원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딥 체인지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책임경영 시스템 도입과 사업구조 혁신 등을 통해 기업 체질을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생산설비(1조6000억원)와 중국 중한석화(1조2000억원), 울산 아로마틱스(4800억원) 등 화학·윤활유사업에 총 5조원을 투자했다. 이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2010년 연간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화학사업은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윤활유사업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규모를 연 4000억원대로 키웠다.

신규 사업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유럽 지역 수요 증가 속에 지난 3월 생산설비를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 데 이어 2020년까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0㎞로 늘릴 계획이다.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과 연성동박적층기판(FCCL)을 생산하는 정보전자소재사업도 전기차 시장 확대 효과 등으로 1분기에 11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분기 실적은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화학·윤활유사업의 규모를 키운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 기업가치 30조원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