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분희 메씨인터내셔날 대표가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국제회의 기획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김분희 메씨인터내셔날 대표가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국제회의 기획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2880시간. 한 해 평균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1년 중 3분의 1은 해외출장 중이다. 비행기 조종사나 스튜어디스가 아니다. 국제회의기획회사 메씨인터내셔날을 운영하는 여성 벤처기업인 김분희 대표 얘기다. 최소 50명에서 3만명에 이르는 정부, 기업, 학회 회의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빈다. 해외에 나가선 늘 ‘민간 외교관’이란 생각을 한다. 공식 만찬 자리엔 항상 고운 한복을 입을 만큼 한국 알리기에 열심이다. 메씨인터내셔날은 국제 콘퍼런스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콘퍼런스산업의 꽃을 피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김분희 메씨인터내셔날 대표, 한 해 넉달은 해외출장…작년 10여개 행사 유치
김 대표가 메씨를 창업한 건 2003년. 작은 민간회의주최(PCO)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마이스(MICE)산업의 매력에 빠져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MICE는 회의(meetings),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s), 전시회(exhibitions)를 뜻한다. 참가자 1인당 평균 소비액이 일반 관광객의 3.1배, 체류 기간은 1.4배라 부가가치가 꽤 높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오피니언 리더인데 본국에 돌아간 뒤 입소문까지 나서 차세대 외화벌이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산업은 오랫동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아시아 국가는 소외돼왔다. 김 대표는 “영어까지 서툰 조그만 동양 여자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없었다”며 “반기는 사람 한 명 없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0년 동안 세계국제회의기획가협회(IAPCO)에 꾸준히 참석했더니 외국인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발로 뛰는 현장경영으로 국제 콘퍼런스업계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국내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

덕분에 세계 36개국, 75개 도시에 진출해 있는 국제회의 그룹인 ‘INCON 그룹’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INCON 그룹의 회원사가 되기 위해선 기존 회원의 추천과 내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김 대표는 2015년 한국PCO(국제회의전문기획사)협회 5대 회장에 선임됐다.

◆여성의 강점과 잘 맞는 분야

김 대표가 유치한 국제 콘퍼런스 중 가장 큰 규모는 2014년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세계수학자대회’다. 수학계 최대 행사로 ‘수학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122개국에서 수학자 5000명이 왔고 참석자 규모는 2만7000명에 달했다. 김 대표는 “등록·숙박 전담팀, IT팀, 공식사교 전담팀 등을 둬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한다”며 “행사가 끝나고 몇 달이 지나서까지 감사 인사를 받을 때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치른 큰 행사만 국제신경정신약물학회 등 10여개다. 올해 국제건축사연맹 세계건축대회를 비롯해 2019년 세계응급의학학술대회, 2020년 비파괴검사대회 등을 유치했다. 국제회의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글로벌 에티켓과 애국심까지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랜 업력으로 쌓은 노하우, 각종 전문지식은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서비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직원 40여명 중 80% 이상이 여성이다. 산업 특성이 커뮤니케이션과 순발력, 팀워크에 강한 여성의 강점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행사를 진행하면 30~50개 협력회사와 함께 일하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도 큰 편이다. 지난해 매출 110억원을 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