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주거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주거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4일 공개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문 후보는 공적임대주택 17만가구를, 안 후보는 공공주택 15만가구를 매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청년층, 신혼부부 등의 주거 안정과 이에 따른 출산율 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재원과 토지 확보 대책을 포함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년층 주거 안정 강화”

문 후보는 주택정책의 모토로 ‘주거사다리’를 내세웠다. 생애주기와 소득수준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수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서민을 위한 공적임대주택 공급 규모는 연간 17만가구를 계획했다.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관리하는 장기임대주택 13만가구, 민간이 소유하되 공공기관이 토지 장기임대·주택도시기금·리모델링비 지원으로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공공지원 임대주택이 4만가구다. 이 가운데 약 30%인 4만가구는 신혼부부에게 공급된다.

이와 별도로 청년층에게 맞춤형 주택 30만실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송영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부동산 시장은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게 중요한 만큼 급격한 제도 변화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안정성을 강조했다. 폐지 가능성이 거론된 뉴 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민간 영역인 뉴 스테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공공택지를 공급하지는 않겠지만 추가적인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청년층·중장년층·노년층에 5만가구씩 총 15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공급하는 물량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사회적기업, 주택협동조합 등이 공급하는 민간분야 임대주택인 ‘사회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사회임대주택에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하고 입주자에게 전세보증금 지급 보증 상품도 마련키로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운데)가 24일 서울 명동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운데)가 24일 서울 명동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제는 재원과 땅

전문가들은 현재 6% 선인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공공임대주택 비율(8%)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문제는 역시 재원 확보다. 문 후보 측이 제시한 공적임대주택 가운데 공공에서 공급하는 물량은 13만가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준공 기준 지난해 공급된 임대주택은 약 12만가구다. 문 후보의 13만가구 공급을 위해서는 연간 1만가구가 추가로 공급돼야 한다. LH 등에 따르면 임대주택 한 가구의 총 마련비용은 1억3000만원 정도 된다. 여기에 정부 재정지원은 1800만원, 입주자 보증금은 2000만원이다. 나머지 9300만원은 LH가 부담한다. 임대료는 유지관리비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작년에 48만1000가구의 임대주택에서 5800여억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했다. 가구당 122만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한 꼴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국민임대주택 한 가구를 늘릴 때마다 LH 총부채는 1억1000만원 증가한다. 금융부채는 9000만원 늘어난다. 지금의 임대주택 공급 방식으로는 LH가 또다시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토지 확보도 문제다. LH는 올해 말까지 택지 개발을 중단한 상황이다. 의지가 있어도 지을 땅이 없다는 얘기다. 도심에서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요원하다. 땅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주민 반대로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결국 대규모 임대주택 부지를 확보하려면 그린벨트를 풀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적 공감대 없인 불가능한 방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의지와 재정지원”이라며 “대책 없이 공급을 밀어붙였다가는 또다시 LH에 부실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H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책임지면서 부채 급증으로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2010년 6월 당시 LH의 총부채는 117조원이었고, 이 중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부채만 84조원으로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달했다. LH는 이후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 인력 구조조정, 임금 반납 등 고강도의 자구책을 거친 뒤 겨우 정상화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후보의 공약 모두 공공과 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크다”며“민간 자본과 아이디어를 끌어들여 임대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