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인근 프리포트 LNG 터미널 공사 현장.  프리포트LNG 제공
휴스턴 인근 프리포트 LNG 터미널 공사 현장. 프리포트LNG 제공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가량 차를 달리면 곳곳에 대형 트레인이 서 있는 거대한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 ‘셰일혁명’의 상징인 프리포트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다. 원래 프리포트엔 천연가스 수입기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셰일가스 붐을 타고 천연가스 수출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셰일가스 성분의 90% 이상이 발전 연료로 쓰이는 천연가스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공사 현장에서 만난 터미널 운영사 프리포트LNG의 릭 페나 매니저는 “총 140억~150억달러(약 16조~17조원)를 투자해 2022년까지 천연가스 수출 시설을 짓는 공사를 하고 있다”며 “공사가 모두 끝나면 연간 1760만t의 천연가스를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도입처 다변화

프리포트의 운명이 바뀐 건 셰일가스 붐이 한창이던 2013년이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남아도는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프리포트를 비롯해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와 카메론, 메릴랜드주 코브포인트 등 네 곳을 천연가스 수출 기지로 지정했다.

미국은 지난 60여년간 천연가스 수입국이었다. 셰일가스가 이런 미국을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바꿔놓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은 내년부터 천연가스 순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천연가스 수출량이 수입량을 앞지를 것이란 얘기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의 입김이 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에도 기회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천연가스 대부분을 중동이나 호주에서 수입한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파는 쪽에서 웃돈을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시아 프리미엄(한국이나 일본에 요구하는 웃돈)’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미국산 천연가스가 국내로 들어오면 이런 웃돈이 사라질 수 있다. 도입처가 다변화되기 때문에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이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마찰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연간 200억달러가 넘는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문제 삼고 있다. 국내 업체의 미 셰일가스 수입을 늘리면 결과적으로 대미 흑자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셰일혁명 '제2의 물결'] 천연가스 수출국 된 미국…한국 기업엔 '에너지 신사업' 기회
국내 기업에도 기회

국내 기업들은 이미 2012~2014년에 미국산 천연가스 도입 계약을 맺었다. 한국가스공사는 오는 6월부터 사빈패스를 통해 20년간 연간 280만t의 미국산 천연가스를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SK E&S는 2019년부터 20년간 프리포트를 통해 연간 220만t, GS EPS는 2019년부터 카메론터미널을 통해 20년간 연간 60만t을 수입한다.

SK E&S는 2013년 약 6조원을 들여 프리포트 이용권을 따낸 데 이어 이듬해 9월 3억6000만달러(약 4100억원)가량을 투자해 미국 오클라호마주 우드포드 셰일가스전 지분 49.9%를 사들였다. SK가 여기서 확보한 가스 매장량은 3800만t에 달한다. SK는 이 가스전에서 생산한 셰일가스를 미국 내 파이프라인을 통해 프리포트 터미널로 옮겨온 뒤 LNG 운반선으로 한국에 들여올 계획이다.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셰일가스는 SK가 지분을 가진 충남 보령 LNG 기지를 거쳐 SK가 운영하는 경기 파주 LNG발전소에 연료로 공급된다. 해외 가스전-현지 LNG 액화시설-국내 LNG 수입 기지-국내 LNG발전소 등 LNG 관련 사업을 수직계열화한 것이다.

임시종 SK E&S 미주본부장은 “SK처럼 LNG 관련 사업을 모두 하는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미국에서 쌓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등 해외 LNG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리포트=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