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24일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24일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사업부(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점검을 위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을 찾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해외 출장이다.

최 회장은 24일 오후 전용기를 타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했다. 검은색 캐주얼 재킷 차림의 최 회장은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났지만 “다녀와서 말씀을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26일까지 2박3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정책투자은행을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전략과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인수 의지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특히 일본 정부와 미국 사모펀드 등이 참여하는 일본 컨소시엄에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일본 관민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통해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최 회장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지난 20일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시상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도시바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범위 내에서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도시바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최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 생산 거점인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을 찾아 신규 투자와 고용 유지를 약속하는 등의 ‘깜짝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매각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현지 근로자들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도시바와 제휴 관계인 미국 반도체회사 웨스턴디지털과의 협력도 추진 중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상대방의 합의 없이 합작기업 주식을 팔 수 없다’는 계약서 조항을 들어 도시바에 독점 협상권을 주장하고 있어 이번 인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도시바 메모리 2차 입찰은 다음달 중순 마감된다. 지난달 말 마감된 1차 입찰에선 애플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훙하이가 SK하이닉스보다 1조엔 이상 많은 3조엔(약 31조원)을 써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인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면 단숨에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