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 평균소득이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약간 떨어졌다지만 농가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농작물 수입, 그중에서도 미곡 수입이 20.7%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쌀값 하락이 농가소득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주요 작물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은 더욱 확연해진다. 논벼 농가소득이 전년 대비 13.6%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농가소득을 떠받친 것은 다름 아닌 이전소득으로 나타났다.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10.6% 하락한 반면, 각종 보조금 등이 포함되는 이전소득은 11.1%나 증가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실제로 쌀농사와 관련해 정부가 투입하는 재정은 직불금 등 연간 수조원에 달한다. 결국 한국의 쌀 농가는 ‘농업소득이 아니라 정부 보조금이 생명줄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다 국내 쌀산업이 이렇게 되고 말았나.

농가는 쌀값 폭락을 원망하지만 남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쌀 재고가 넘쳐나며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된 것은 근본적으로는 쌀 개방을 막고 경쟁력을 높이지 않은 잘못이 크다. 쌀 관세화 유예 대가로 늘어난 의무수입 물량이 재고 누적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쌀 소비가 하락하는데도 고품질 쌀이나 신제품 개발 등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다 보니 재고가 증가하면 쌀값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정부 보조금이 확대되는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갖가지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보조금에 이미 찌들 대로 찌든 농가는 좀체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정책이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선후보들은 근본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농민 표를 얻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쌀 농가소득 보장’ ‘식량주권 확보’ ‘농업 정책자금 금리 인하’ ‘농민 기본소득 지급’ 등 포퓰리즘이 넘쳐난다. 이런 식으로는 백날 해 봐야 쌀산업이 살아날 수 없다. ‘쌀=성역’이라는 도그마를 깨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