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컴퓨터 도입·은행 전산화…한국IBM이 곧 한국 IT 역사"
1967년 인구조사를 준비하던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조사통계국은 고민에 빠졌다. 주판과 천공카드만으로 통계를 처리하면 4년 이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간을 단축할 방법을 고민하던 정부는 IBM에서 진공관 컴퓨터인 ‘IBM 1401’을 도입했다. 대한민국에 컴퓨터가 처음 들어온 순간이었다. IBM 1401은 초당 6만자를 읽었고 1년여 만에 인구조사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의 정보기술(IT) 기업인 한국IBM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 회사의 역사는 한국 IT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IT와 관련한 대부분의 ‘최초’ 타이틀을 한국IBM이 가지고 있다. 락희그룹(현 LG그룹)이 1969년 도입한 업무용 컴퓨터 ‘360-25’, 대한항공이 1974년 선보인 온라인 항공예약 시스템 ‘4505 터미널’ 등이 대표적이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선수들의 기록을 관리한 것도 IBM의 시스템이었다.

장화진 한국IBM 대표(사진)는 “한국이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이루는 역사적 순간들에 IBM이 함께할 수 있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업계 선도자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IBM은 한국 IT업계의 사관학교이기도 하다. 이 회사 출신 전문가 수천명이 업계에 퍼지면서 ‘IT 코리아’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현직 최고경영자(CEO) 중에도 한국IBM 출신이 많다. 고순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사장, 이상호 돌비코리아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명희 정부통합전산센터장 역시 한국IBM 출신이다. 본사 출신까지 합하면 ‘IBM 인맥’은 더 늘어난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 이호수 SK텔레콤 사장 등이 미국 IBM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국IBM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지난해 IBM 본사 매출 중 42%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관련 사업에서 나왔다”며 “한국에서도 AI 컴퓨터인 왓슨을 활용해 코그너티브(인지) 기술을 전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IBM은 SK C&C와 손잡고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왓슨의 국내 사업권을 확보한 SK C&C는 연내에 한국어 서비스인 에이브릴을 선보일 예정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