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제1회 달인콘서트’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열렸다. 강연에 나선 자동차 판매왕들은 “고객과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경 제1회 달인콘서트’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열렸다. 강연에 나선 자동차 판매왕들은 “고객과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고객의 마음을 읽어줬을 뿐인데 계약서에 서명을 하시더라고요. 영업은 이성보다 감성입니다.” “제품에 감성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영업사원의 역할입니다. 이성은 고객이 판단하는 것이죠.” ‘영업의 달인’ 정송주 기아자동차 부장(47)과 송재열 현대자동차 차장(45)의 강연에 객석의 관객들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제1회 달인콘서트’가 열렸다. 첫 번째 주인공으로 12년 연속 기아차 판매왕에 오른 정 부장과 현대차 ‘트럭 판매왕’ 송 차장이 나섰다. 3시간 동안 열린 이날 행사는 1부 달인의 강연, 2부 판매왕의 즉석 컨설팅 등으로 이어졌다.

참석자 김순기 씨는 “영업은 화술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성과 공감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판매왕의 노하우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고객 마음 읽어줬을 뿐인데 계약서 서명…영업은 이성보다 감성"
현대차 트럭 판매왕 송 차장은 ‘영업의 비결을 깨닫게 된 에피소드’ 하나로 시작했다. “영업 일을 시작한 이듬해 2003년 12월31일 밤 11시께였습니다. 송년회가 한창이었는데 고객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어요. 트럭에 문제가 생겨 도로 위에서 멈췄다는 겁니다. ‘오죽했으면 이 시간에 전화를 했을까’ 싶어 달려갔죠. 그 고객은 지금 저의 평생 고객이 됐고, 그 고객이 소개해준 지인들까지 모두 고객이 됐습니다.”

통상 영업맨은 ‘계약서의 서명’만 생각하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계약 그 이후’라는 설명이었다.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송 차장은 이어 “소중한 인연 하나가 영업맨인 제 인생을 바꿔놨다”며 “오늘 만나는 한 명 한 명과 인연을 만드는 것이 영업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또 다른 판매왕 비결은 ‘고객 1 대 1 맞춤형 서비스’다. “저의 영업원칙은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고객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트럭을 생산해 인도해주는 겁니다.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 그 고객은 평생 보답해줍니다.” 이런 영업방식으로 2002년 11월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올 2월까지 1억6000만원이 넘는 고가 트럭을 800대 이상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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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속 기아차 판매왕에 오른 정 부장도 초보 영업사원 시절이 있었다. “기아차 생산직에서 영업직으로 옮긴 뒤 3개월간 판매한 차가 고작 한 대뿐이었어요. 서울 망우지점으로 발령받아 갔더니 주변이 온통 공동묘지더군요. 차를 팔 데가 없었어요.” 하지만 정 부장은 오전 7시에 출근해 동료들의 책상을 정리하고 영업점의 자동차도 깨끗이 닦으면서 직장생활의 기본을 다졌다. “영업은 밖이 아니라 내부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동료들과 소통 융화가 되니 자연스레 밖에서도 일이 술술 풀렸습니다. 또 차를 닦으면서 어떻게 내 고객에게 이 차를 설명할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니 아이디어도 많이 떠올랐어요.”

그의 영업철학은 ‘기존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자’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평생 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면 그 고객이 거짓말처럼 또 다른 고객을 데리고 오시더라고요.” 정 부장은 이런 영업방식으로 2000년 지역 판매왕을 거쳐 2005년부터 전국 판매왕 1위 자리를 12년째 차지하고 있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에게 열과 성을 다해 서비스한 것이 판매왕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정 부장과 송 차장은 거의 닮은꼴이다.

SKC는 단체로 참여

이날 달인콘서트에 온 참석자들은 각 분야의 현직 영업맨이 많았다. 한미약품 영업팀장인 윤중원 씨는 “오랜 영업을 통해 체화된 것을 들려줘서 영업하는 사람으로서 공감됐다”며 “다시 한번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가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화장품 회사 제이엔코슈의 채정현 센터장은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이성과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감성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영업의 달인에게서 해답을 얻은 것 같다”며 “최고에게 듣는 최고의 강연”이었다고 극찬했다.

SKC 신규사업개발팀에서는 단체로 25명이 참석했다. 이춘호 SKC 화학사업전략실장은 “비록 업종이 달라도 한 분야의 달인에게는 뭔가 배울 점이 있을 것 같아 직원들을 독려해 함께 참석했다”며 “오늘 배운 영업비결을 우리 사업에도 적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광희 한국고용정보 대리는 “강의 듣는 내내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며 “단순한 영업방법보다 영업의 본질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달인콘서트 2부에선 판매왕들의 현장 컨설팅도 있었다. 기아차 영업인턴으로 근무하는 전대겸 씨는 “영업사원은 말을 잘해야 된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부장은 “말에도 온도가 있다”며 “고객보다 더 부드럽고 낮은 자세로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먼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객이 알지 못하게 대화의 주도권은 영업사원이 쥐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휴대폰 매장 운영자인 김태양 씨는 “어떻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가”를 묻자 송 차장은 “지시가 아니라 사장님 스스로의 모범이 더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사업장이 날로 번창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제2회 달인콘서트는 5월 말~6월 초 열릴 예정이다.

공태윤 기자/이진호 한경매거진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