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월경 불규칙한 여성의 지방간, 남성호르몬 탓
월경이 불규칙한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지방간이 과다한 남성호르몬 분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는 비만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 환자들에게 관찰되는 지방간은 비만 때문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했다.

김진주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근 비만이 아닌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를 정상인과 비교 분석한 결과 혈액 속의 높은 남성호르몬이 지방간 발생 위험도를 두 배가량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만성 무배란 증상으로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남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가 높아져 젊은 여성에게는 다모증, 여드름을 유발하고 노년층에서는 탈모 증세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 비만일 정도로 비만 동반 비율이 높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내분비질환으로 지난해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58%가 20대 여성이었고, 30대가 26%, 10대가 13%였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를 방문한 체질량지수(BMI) 25 미만의 정상인 892명과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 275명 등 총 1167명에게 복부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지방간 비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정상인 중 지방간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8%였지만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 중 지방간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5.5%로 두 배가량 높았다. 이들은 모두 과음과 무관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서도 발생한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의 지방간 증가는 지금까지 비만 때문으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의 지방간 치료법은 주로 식이요법, 운동 등 체중 감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과다하게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방식의 치료법도 주목받게 됐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치료법 중에는 난소의 안드로겐 생산을 억제하는 경구용 피임제, 항안드로겐제제 등의 약물 치료 방식이 있다.

김 교수는 “비만이 아니더라도 지방간 위험도는 높을 수 있다”며 “평소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고 몸에 털이 많거나 여드름이 많은 것처럼 남성호르몬 과다 증세가 있으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양약물학과치료’ 최신호에 게재됐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