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버넌 스미스 미국 채프먼대 교수 "생산·투자·일자리 줄이는 법인세…적절한 세율은 0%"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넌 스미스 미국 채프먼대 교수(90)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경제학자다. 스미스 교수는 미국 정부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썼음에도 도로, 하천, 공공시설 등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정비되지 않은 점을 들어 “민간에 맡겼으면 훨씬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인세를 거두지 말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어차피 주주나 직원에게 배분된 다음 소득세로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음달 7~10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자유주의 경제학자 모임인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에 참석하는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그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는) 섬이 아니다. 그의 단순한 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수입비용이 급증할 미국 수입업자들이 반대할 것이고, 외국에서 보복하면 미국 수출업자들도 피해를 볼 거다. 결국 미국 기업들이 보호주의에 반대하는 로비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제를 개편하려 한다. 법인세제를 어떻게 바꾸는 게 바람직한가.

“법인세는 생산, 일자리, 투자를 죽인다. 법인세에 적절한 세율은 ‘0%’다. 세금을 안 거두면 공장을 더 짓고 사람을 더 고용할 것이다. 또 직원에게 보너스를 더 주고 주주에게 배당을 더 할 것 아닌가. 보너스, 배당에 높은 세율이 부과되니 거기서 돈을 거두면 세수도 줄지 않는다. 개인(직원, 주주 등)에게 지급하거나 투자해야 하는 돈을 중간에 국가가 거둬가는 세제(법인세)는 불필요하다.”

▷공화당이 주장하는 국경조정세(BAT)는 어떻게 평가하나.

“진짜 나쁜 포퓰리스트의 아이디어다. 국경조정세를 도입하면 멕시코산 제품 수입이 줄 테니 멕시코가 관련 비용을 내는 셈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일단 비용을 내는 곳은 ‘국가’가 아니라 ‘시민’이다. 그리고 멕시코가 그 비용을 내는 게 아니다. (수출길이 막히는) ‘멕시코인’과 (비싸진 수입품값을 치러야 할) ‘미국인’이 자유무역이 막힌 데 대한 비용을 치를 것이다.”

▷그래도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호응을 얻고 있다.

[월요인터뷰] 버넌 스미스 미국 채프먼대 교수 "생산·투자·일자리 줄이는 법인세…적절한 세율은 0%"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인프라 관련 규제 완화를 참고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는 비행기 기차 트럭 등 모든 교통수단의 규제를 완화했고 성공을 거뒀다. 규제 완화가 항상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금융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주택이나 주택담보대출, 증권 등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의 규제를 적절한 수준으로 완화하는 건 매우 까다롭다.”

▷조지 W 부시(2001~2009년)와 버락 오바마(2009~2017년) 전 행정부가 인프라 확충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부시 행정부도, 오바마 행정부도 경기부양책을 썼는데 인프라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건 그 부양책이 엄청난 낭비였다는 뜻이다. 정부는 문제 자체다. 해결책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부가 이번만은, 혹은 적어도 다음엔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진짜로 달라질 수 있을까.”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등 소득 불평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세금을 낸 뒤의 소득 불평등은 세금을 내기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 또 금융위기 후 지난 10년간 확대된 건 정확히 말해 ‘소득 불평등’이 아니라 ‘자산 불평등’이었다. 미국 중앙은행의 소비자금융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를 자산 규모 순서로 줄세웠을 때 중간 가구의 순자산 규모는 2007~2010년 38.8% 감소했다. 또 2010~2013년 2%포인트 더 줄었다. 소득 불평등에 관해 불평하는 것보다 경제 자체를 성장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기본소득을 도입해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정치인이 늘고 있다.

“모든 최저임금제도를 폐지하고 기본소득으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 미국 알래스카주의 소득 불평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건 주민들이 이 지역 원유를 팔아 얻는 수입(1인당 8만4000달러 규모)을 영구기금화해서 기본소득 형태로 받고 있어서다. 모든 지역에서 알래스카처럼 원유가 나는 건 아니지만, 연방정부는 미국 땅의 약 25%를 갖고 있다. 이런 자산을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이 보유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입을 공평하게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

▷다른 기금을 조성해봐야 한국의 국민연금처럼 ‘제2의 정부 재원’이 되는 게 아닌가.

“다르다.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정부 혹은 납세자가 최종적으로 갚을 필요가 없으며 어떤 민간단체 소유도 아니다. 시민이 가진 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굴리기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다.”

▷이번 서울총회에서 고전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첫 저작 《도덕감정론》을 다시 분석하는 논문을 발표한다. 왜 이 주제를 택했나.

“‘스미스가 이기적 인간을 전제로 시장원리를 설명했다’는 대중의 상식이 잘못됐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는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이 자기본위적이면서도 동시에 높은 수준의 사회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선한 의도를 가진 행동을 장려하고 악한 의도를 가진 행동은 벌주려 하는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한 사회의 ‘신뢰’가 형성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무엇이 적절한가에 관한 규칙은 소유·계약의 권리를 존중하는 질서로 이어지고, 이것이 넓은 의미의 ‘재산권’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국부론》을 다시 본다면 그가 ‘사욕(self-interest)’ 대신 ‘자기 이익(own-interest)’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썼음을 볼 수 있다.”

▷그런 통찰이 현재 학계에 어떤 의미가 있나.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은 단순히 이기적 선택을 반복하는 존재가 아니다. 예컨대 1990년대 신고전경제학의 게임이론은 실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완전한 익명 상태에서도 자기 이익을 최대화하기보다 사회적 신뢰에 기반한 선택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 버넌 스미스 교수는

버넌 스미스 미국 채프먼대 교수는 특정한 상황에서 시장경제 원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실험경제학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석학이다. 2002년 그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미국 캔자스주(州) 위치토에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공대 전기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석사 과정부터 경제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여러 대학에서 교수를 지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알래스카 앵커리지대에서 실험경제학을 연구하는 라스무슨프로그램 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1월1일생이다. 지난 1월 채프먼대는 그의 90세 생일을 기념하는 파티를 열었다. 여전히 적지 않은 양의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27년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 출생 △1949년 캘리포니아공대 전기공학 학사 △1952년 캔자스대 경제학 석사 △1955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55~1967년 퍼듀대 교수 △1967~1968년 브라운대 교수 △1968~1975년 매사추세츠대 교수 △1975~2001년 애리조나대 교수 △2001~2008년 조지메이슨대 교수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2008년~채프먼대 교수

자유주의 경제 석학, 내달 서울에 총집결
7~10일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세계 자유주의경제 석학들이 모이는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ont Pelerin Society·MPS) 서울총회’가 다음달 7~10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다.

MPS는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주도해 설립됐다. 냉전시대에는 사회주의·공산주의에 대항했으며 자유진영 내에선 케인스학파와 경쟁하는 관계다. 북한과 대조적으로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주주의를 이룬 한국은 MPS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총회는 MPS가 주최하고 MPS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이번 총회 주제는 ‘경제적 자유: 번영으로 가는 길’이다. 버넌 스미스 채프먼대 교수를 비롯해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라스 피터 핸슨 시카고대 교수, 미국 재무부 차관을 지낸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 석학 200여명이 참석한다.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회원의 행사 참석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