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에 시달리는 현대·기아차…"중국 판매 목표치 하향조정 불가피"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 판매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나섰다. 올초 195만대로 잡았던 연간 중국 판매 목표를 20% 이상 축소할 전망이다. 쏘나타 및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등 친환경차 출시 시기도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6개의 현지 전략 모델을 당초 계획보다 조기 투입해 판매량 수성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의 이른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지 차 판매량이 뚝 떨어지면서 ‘궤도 수정’에 본격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中 판매 목표 현실화

2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중국 현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가 최근 연간 판매 목표를 20%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초 현대차는 중국에서 125만대, 기아차는 70만대를 판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회사를 합쳐 총 195만대다. 하지만 최근 올해 판매 목표를 150만대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 판매 목표를 20% 이상 축소한 셈이다. 지난해 중국 판매량(179만2022대)보다 되레 16% 이상 줄어든 규모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 생산공장의 가동률도 일부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능력에 비해 예상 판매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해서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내 생산능력은 각각 135만대, 89만대다. 100% 공장을 돌린다고 가정할 경우 224만대의 차를 생산할 수 있다. 올해 5공장(충칭공장)까지 가동되면 중국 생산능력은 255만대 수준까지 올라간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고가 더 쌓이면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생산량을 일부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내 생산·판매 목표 조정에 나선 것은 판매 부진이 오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판매 부진이 6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2% 줄어든 7만2032대를 팔았다.

◆SUV 등 전략모델 조기 등판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중국 내 친환경차 출시 시점도 조정하기로 했다. 올해 선보일 계획이었던 쏘나타 및 K5 PHEV 출시 시점을 모두 내년으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쏘나타 및 K5 PHEV는 각각 올해 5월과 9월에 출시할 계획이었다. 차량에 얹을 LG화학 배터리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11월 중국 정부가 모범규준 인증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LG화학이 당분간 모범규준 인증을 받는 게 힘들어졌다”며 “특히 사드 보복으로 인해 언제 인증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함께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SUV를 비롯한 총 6개 모델을 조기 등판시켜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전략도 세웠다. 신형 위에둥에 이어 신형 포르테 등을 포함한 소형 차급 4개와 SUV 2개 등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딜러사들의 인센티브(현금 할인)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사드 보복으로 인한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의 피해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장창민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