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인천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가 선물한 화관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인천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가 선물한 화관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조사 1, 2위를 달리는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제시하는 경제와 기업 분야 공약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후폭풍으로 ‘재벌 개혁’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자 두 후보 모두 기업의 경영 활동을 옥죄는 규제들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양상이다. 안 후보가 다소 온건하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지만 실제 공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과격성이 문 후보 못지않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 섞인 시각이다.
[대선후보 공약 비교] "문재인의 재벌개혁 두렵지만, 안철수의 공약도 큰 부담" 재계 전전긍긍
◆세금 얼마나 올리나

한국경제신문이 21일 단독 입수한 문 후보 공약집 초안에 따르면 문 후보 조세 정책 핵심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늘려 일자리 확대와 복지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기업 법인세율(과세표준 500억원 초과)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소득세 최고세율(40%) 적용 구간을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통해 조세 부담률을 2016년 19.4%에서 2022년 2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가 21일 울산 삼산동 롯데호텔 인근에서 시민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가 21일 울산 삼산동 롯데호텔 인근에서 시민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안 후보 역시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19일 TV토론에서 “순이익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그 이하 기업들보다 낮다”며 인상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미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리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실효세율은 2011년 17.5%에서 2015년 19.2%로 1.7%포인트 높아졌다.

◆대기업 규제도 한목소리

대기업 정책에선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더 강한 규제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기업에 대해 기업 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안 후보를 제외하면 진보 정당인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만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중소·벤처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공정위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기업을 국내 시장 점유율로 판단해 기업 분할을 명령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안 후보와 문 후보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상법개정안 △지주회사 요건 및 규제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 처벌 강화 등 기업 규제 법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업들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영권 방어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국내 기업 환경에서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와 별개로 30대 그룹 자산 비중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삼성·현대자동차·LG·SK 등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한다는 복안도 내비치고 있다.

노동 정책 역시 비슷하다. 두 후보는 모두 비정규직 고용을 특정 분야로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2015년 기준 연 2113시간에 이르는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주 40시간)로 줄여 기업 고용을 늘리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4대 보험 등 고정비용 때문에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일자리를 크게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건비 부담만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