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한국형 ‘패트리엇 미사일’ 개발을 놓고 LIG넥스원과 (주)한화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최대 유도무기 제작회사인 LIG넥스원의 아성에 인수합병(M&A)을 통해 방산부문 덩치를 키운 한화그룹이 도전장을 내미는 양상이다. 최근 북한의 안보위협이 커지면서 양사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은 20㎞ 고도에서 시속 수천㎞ 속도의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개발을 완료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5분 안에 이를 추적해 요격할 수 있는 무기로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의 핵심이다. 군은 당초 2020년에 M-SAM을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실전 배치 시기를 2018~2019년으로 앞당겼다.

국방부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킬체인(도발 징후 시 선제타격)’과 KAMD에 16조~18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올해는 1조6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해오면서 지난 14일 ‘2018~2022년 국방 중기계획’을 발표해 이 분야 예산을 증액했다. 이 때문에 국내 대표 방산업체인 LIG넥스원과 (주)한화의 주가도 이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매출 1조8000억원 가운데 68%인 1조2000억원을 유도미사일에서 거뒀다.

유도무기시장 규모가 커지자 (주)한화도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방산업체의 사업 영역을 정부가 지정해주던 2008년까지 유도미사일은 LIG넥스원, 탄도미사일은 (주)한화가 독점 생산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 서로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한화는 이미 30~40㎞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개발에도 참여한 상태다. L-SAM은 KAMD 구축의 마지막 단계로 2023년 실전 배치가 목표다. 한화그룹은 L-SAM 개발에 계열사도 대거 참여시켰다. 두산그룹에서 인수한 한화디펜스(옛 두산DST)를 통해 L-SAM용 발사대를,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을 통해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