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명의로 고가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은 다음달 종합소득세 신고 때부터 세금이 크게 늘어난다. 과세당국이 올해부터 업무용 승용차 관련 비용 인정 한도를 대폭 축소하기 때문이다. 세무업계는 1억원 정도의 고가 외제차를 업무용 승용차로 타는 개인사업자들은 매출과 비용이 전년과 같아도 많게는 500만원 정도 세금이 늘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직·자영업자 업무용차 '세금 경보'…1억짜리 고가차 굴리면 세금 500만원↑
◆감가상각비 800만원까지 인정

21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법인과 개인사업자들이 회사 명의로 승용차를 구입하거나 리스해 사용하는 업무용 승용차의 비용 인정 한도가 올해 세금 신고를 할 때부터 크게 축소되기 시작했다. 기업 대주주나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명의는 회사로 해놓고 실제로는 개인 용도로 쓰는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를 활용해 세금을 빼먹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세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업무용 차량의 감가상각비나 렌트비는 작년 세금 신고 때까진 무제한 비용으로 인정됐지만 올해부터는 연 800만원까지만 인정되고 남은 금액은 다음 연도로 이월된다. 업무용 승용차를 매각할 때 발생하는 매각이익도 전면 과세(기존엔 개인사업자는 비과세)되고 매각 손실이 나도 800만원까지만 해당 손실을 비용으로 반영할 수 있다. 업무를 하는 데 차를 썼다는 것을 입증하는 운행일지(운행기록부)도 작성해야 한다.

◆14만명 고소득 사업자부터 적용

이런 조치는 작년 실적을 대상으로 올해 3월 법인세 신고를 한 법인에 전면 적용됐다. 개인사업자는 올해 종합소득세 신고 때부터 차례로 적용된다.

업종별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개인사업자인 ‘성실신고사업자’(업종별로 매출 5억~20억원 이상)는 다음달 종합소득세 신고 때부터 바뀐 업무용 승용차 비용 인정 한도에 맞춰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내년엔 복식부기의무자(업종별 매출 7500만~3억원 이상)까지로 적용 대상이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가가치세 신고 서류 등을 토대로 분석해 볼 때 올해는 약 14만명의 성실신고사업자가 업무용 승용차와 관련해 축소된 비용 한도를 적용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세금이 더 증가

세무업계는 이번 업무용 승용차 관련 세제 변경으로 법인보다는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개인사업자가 더 큰 세금 부담을 질 것으로 분석했다. 법인세는 최고세율이 22%이지만 소득세는 38%(올해부터는 40%)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 세무법인 소속 세무사는 “지난해 신고 때 수입금액(매출 등)에서 각종 필요경비(비용)을 뺀 과세표준이 2억원이었던 개인사업자가 1억원짜리 고급 외제차를 굴릴 경우 올해는 다른 요건이 같아도 주민세를 포함한 소득세가 작년 6000만원 안팎에서 6500만원 정도로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까지는 1억원짜리 승용차에 대한 감가상각비 2000만원(5년 상각 기준)이 전액 비용으로 인정됐지만 올해는 800만원까지만 가능해져 과세표준이 1200만원 늘어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2억원짜리 초고가 업무용 승용차를 모는 고소득 개인사업자는 관련 비용 인정 한도 축소만으로 1300만원 정도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수익성 악화 등으로 과세표준이 크게 줄어들거나 적자가 난 사업자, 4000만원 이하짜리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쓰는 사업자 등은 세금 증가 폭이 작을 것이라고 세무사들은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