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4천300여명 대상 장기간 추적 조사서 상관관계 발견

당분이 없거나 적은 소위 다이어트 음료를 하루 한 캔씩만 마셔도 뇌졸중이나 치매에 걸릴 위험이 거의 3배 커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1일 의학매체 메드스케이프 등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대학교 의대 신경과 매튜 파스 박사팀은 45세 이상 미국 성인 4천300여 명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학술지 '뇌졸중' 온라인판에 20일 발표했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8차례 식습관과 건강상태 등에 관해 설문하고 검사한 결과를 분석한 뒤 나이, 성, 교육 및 수입, 열량 섭취량과 식품의 질, 운동, 흡연 등 다른 영향 요인들을 제거하고 뇌졸중과 치매 위험 증가 정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를 하루 한 캔 이상 마시는 사람은 1주일에 한 캔 미만 마시는 사람에 비해 허혈성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2.96배,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릴 위험은 2.89배 커지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허혈성 뇌졸중은 뇌로 가는 동맥이나 뇌정맥이 혈전 등으로 인해 막히면서 뇌에 피가 잘 흐르지 않아 뇌조직이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식이 없어지고, 신체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 위험에 처하고 나중에 치매 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파스 박사는 인공감미료 음료와 치매 간 상관관계를 연구한 것은 자신들이 처음이며 이 연구결과는 인공감미료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역학 조사로 상관관계만 밝힌 것이어서 인공감미료가 생물학적으로 뇌졸중과 치매의 원인으로 작용했는지를 확인하는 추가 연구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파스 박사 팀은 앞서 지난 3월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에 기고한 별도의 중년층 대상 22~28년 추적 조사 연구논문에서 인공감미료든, 설탕이든, 과일주스든 당분이 많은 음료를 자주 마시는 사람들의 뇌 부피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기억력이 감퇴하는 등 알츠하이머 질환의 증상 발현 이전에 나타나는 인지 저하 관련 특징들이 더 많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파스 박사팀은 그러나 '뇌졸중'에 실린 연구에선 설탕이나 과당 등 일반 당분 음료와 치매와는 관계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연구 초점을 인공감미료에 맞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설탕 등 당분의 위험성을 밝혀낸 기존의 연구결과들이 많으므로 당분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에 대해 제임스 피켓 영국알츠하이머협회 수석연구원은 인공감미료가 치매 위험 증가의 원인인지를 보여주는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높은 상관관계를 처음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울스터대학의 메리 해넌-플레처 건강과학과장은 인공감미료가 혈관 질환과 당뇨 위험을 높인다는 기존 연구결과들까지 반영할 경우엔 인공감미료의 치매 유발 위험 정도가 파스 박사팀 연구결과보다는 많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과학·의학자문위원회(MSAC)의 케이스 파고 국장은 파스 박사팀이 2개 연구에 사용한 역학적 데이터와 결과에 '혼란스러운 점'이 있어 논문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메드스케이프에 밝혔다.

파고 국장은 아직 이 논문만으로 다이어트 음료를 약간씩 마시는 사람의 치매 위험이 눈에 띄게 커진다고 결론짓고 탄산음료나 주스를 아예 끊으라 하기 보다는 이는 식사와 운동을 포함한 전체 건강관리의 작은 부분이며 좋은 경고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