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빨라진다…지주사 전환 시동
롯데쇼핑·롯데제과
유통, 식품 계열사 분할·합병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계로 유통·식품 계열사를 분할·합병한다.

21일 투자은행(IB)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르면 다음 주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분할과 합병 관련 사안을 결의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4개 계열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들을 합병해 중간 지주회사(가칭 롯데홀딩스)를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은 그동안 416개였던 순환출자 고리 중 83.9%를 해소해 67개로 줄였다.

남아있는 67개 순환출자 고리 중 금액적으로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이 각각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 7.9%, 3.9%다.

이들을 인적분할해 하나로 묶은 중간 지주회사를 만들면 대부분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롯데쇼핑 지분 13.5%를 비롯해 롯데제과 9.1%, 롯데칠성 5.7%, 롯데푸드 2.0% 등을 보유하고 있어 지분교환(스왑)을 통해 중간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앞서 호텔롯데를 상장해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하게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되면서 호텔롯데 상장은 당분간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호텔 상장이 먼지 될 것으로 알았지만 문제가 생기며 순서가 바뀌었다"며 "순서는 달라졌지만 지주회사로 가는 시그널을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호텔 상장이 이뤄져야 큰 틀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된다는 건 변함이 없다"며 "이번 계열사 분할·합병 작업은 호텔롯데 상장에도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받는 것은 롯데쇼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이 지분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회사인데다 인적분할도 롯데쇼핑 위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 투자회사가 주축이 된 지주회사로 가게 될 것"이라며 "신 회장이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롯데쇼핑 등을 활용해야 하는만큼 롯데쇼핑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 분할·합병과 관련해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이라며 "다만 인적분할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민경/김아름/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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