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믿을 수 있을까.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세제개혁안이 조만간(very soon)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이틀전인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8월까지는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세제개혁안이 어렵다”는 자신의 발언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국제금융협회(IIF)가 워싱턴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정부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세제개혁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제개혁안의 연내 처리방침을 강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개혁법안인 ‘트럼프케어’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제개혁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big priority) 과제”라며 “커다란 경제성장을 불러올 수 있는 전면적인(sweeping)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빈 브래디 미 상원 재무 위원장을 포함한 의회 인사들과도 공동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 모두의 초당적인 지지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오는 30일로 다가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에 맞춰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경제공약을 미루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도 므누신 장관의 발언에 보조를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위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는 그는 별도의 IIF 회의에서 “우리는 단일하고 통일된 세제개편안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이는 개인과 기업 모두를 위한 전면적인 개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꺼져가던 세제개혁안의 불씨를 을 살린 므누신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시장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는 므누신 장관의 발언과 함께 다우지수가 174포인트, 0.85% 급등하면서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공수표’에 그친 사례가 사례가 적지 않아 실제 발표전까지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월가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만 세제개혁안의 8월이전 통과가 가능하다고 응답했으며, 올해 통과를 예상한 비율 역시 절반을 밑돌았다.올해 가장 큰 테일리스크를 꼽는 질문에도 유럽연합(EU)의 붕괴위험(23%)에 이어 세제개혁안의 지연(21%)를 두번째로 꼽았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마켓워치에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됐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