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작지만 단단한 조직 만들어 자산관리 명가로 우뚝 서겠다"
“고객 돈을 잘 불려주는 자산관리 명가(名家)로 도약합시다.”

작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사진)은 취임식에서 임직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리서치 능력과 차별화된 상품을 앞세워 증권업계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자산관리 분야 강자로 자리매김하자는 것이었다. 하나금융투자는 리서치, 투자은행(IB), 세일즈&트레이딩(S&T) 등 각 사업부문의 역량을 한데 모아 자산관리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1989년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하면서 증권업계에 발을 디딘 이 사장은 법인영업본부장(상무), 리테일사업본부장(부사장), 홀세일그룹 부사장 등을 맡으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는 “증권사들이 앞다퉈 ‘몸집(자기자본)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증권사 경쟁력은 ‘덩치’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IB 분야든, 자산관리 분야든 대형사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하나금융투자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작년 3월 취임한 뒤 KEB하나은행과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모델인 ‘패밀리 크러스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점포를 권역별로 묶어 이른바 ‘메가 점포’를 만들었죠. 이 점포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3S(Speed, Simple, Spirit)를 모토로 하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조성했고, 직원들과의 소통도 늘렸다고 생각합니다.”

▷초대형 증권사의 등장으로 증권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초대형 증권사가 늘어나면서 자본시장 전체 파이가 커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증권사의 자본 여력이 늘어난 만큼 감수해야 할 위험도 높아졌어요. 자본 확충으로 오히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인 자본 활용과 위기 관리 능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형사와 경쟁하기 위한 전략이 있습니까.

“13세기 몽골은 인구 100만명에 불과한 소국(小國)이었지만, 발 빠른 기병을 앞세워 1억명이 사는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했습니다. 하나금융투자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작지만 단단한, ‘몽골 기병’ 같은 조직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증권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사보다 빠르고 스마트하게 일해야 합니다. 자산관리와 IB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증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산관리 명가’가 되기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자산관리의 핵심은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내는 겁니다. 이걸 염두에 두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합니다. 하나금융투자에는 업계 최고 수준의 리서치센터가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양질의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작년 상·하반기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베스트 리서치센터’에 올랐습니다.

“리서치 역량은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습니다.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꾸준하게 관리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60여명(보조 연구원 포함)의 직원이 장기적 안목으로 실력 향상 방안을 강구하고 기본기를 다지고 있어요. 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리서치센터를 찾아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애널리스트와 보조 연구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격려와 칭찬만큼 애널리스트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리서치센터가 영업 부서와 어떤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리서치센터는 다른 부서들과 시너지를 낼 때 가장 빛을 발합니다. 리서치센터와 법인 영업부는 한 몸처럼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리테일 부문과의 협업도 국내 최강이라고 자부합니다. ‘중국 1등주’ ‘4차산업 1등주’ 등은 리서치센터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리테일 부문에서 상품을 기획해 판매한 대표적 협업 사례입니다.”

▷자본 확충 계획은 없습니까.

“하나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대형 증권사보다 덩치가 작은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은행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하나금융투자의 역할은 신상품을 적기에 개발해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것입니다.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게 IB 및 대체투자 분야입니다. IB 및 대체투자 부문에서 거래를 주선한 국내외 부동산 등을 기초로 경쟁력 있는 리테일 상품을 개발해 증권은 물론 은행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박승길 하나은행 IB산업단장을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으로 겸직 발령을 내는 등 두 회사 IB부서를 통합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두 은행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시내에 있는 하나은행 IB 조직을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증권사 간 대형 ‘복합 점포’ 경쟁도 뜨겁습니다.

“복합 점포는 기존 소형 점포들을 하나로 묶은 만큼 비용 절감은 물론 기업·개인 고객을 위한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해 하나금융그룹은 3개 랜드마크 점포를 낼 계획이에요. 서울 부산 제주에 휴일에도 문을 여는 고객 체험형 문화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첫 단추가 오는 6월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여는 ‘클럽원(Club1)’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클럽원을 고객들의 ‘놀이터’로 꾸밀 생각입니다. 고객 입장에선 놀러온 김에 은행, 증권, 보험, 카드를 아우르는 맞춤형 재테크도 제공받는 겁니다. 부산 서면 점포는 올 3분기 옥상에 7개 정원을 조성해 VIP 회원이 각종 모임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제주 지점은 옥상을 VIP 라운지로 조성하고 1층은 영업 시간이 끝나면 지역 주민에게 개방할 겁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