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최근 불거진 한반도 리스크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달 30일로 취임 100일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내정책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에서 강경한 대외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을 뿐 시장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거래가 이뤄지는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도 전날 서울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추종할 뿐 ‘갭(gap)’을 넓히려는 투기적 베팅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S&P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잠잠하다.

19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가 ‘대외비(cofidential)’을 걸어서 투자자에게 내보낸 고객설문조사 결과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월가의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벤트’는 23일 치뤄지는 프랑스 대선(66%)이다. 그 다음이 미국 연방정부의 폐쇄(셧다운, 데드라인 28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30일) 등이다.

미국의 정치이슈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는 설문에도 세제개혁안이 59%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연방정부 폐쇄, 건강보험개혁법안인 ‘트럼프케어’이 의회 재상정 순이었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북한사태의 전개에 대해 수치(6%)는 낮지만 ‘유의할 필요가 있다(worth watching)’는 해석이 달렸다는 사실이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 대표가 당선될 확률을 18%로 보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51%)의 약 3분의 1수준에 불과하지만 시장 컨센서스보다는 ‘상당히 높다(quite high)’라는 해석이 달렸다. 테일리스크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시점은 6월로 본 응답이 65%로 9월(16%)의 4배에 달했다. 인플레이션율이 반등하면서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유로존과 관련, 유럽중앙은행(ECB)이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설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연내 가능성은 15%에 불과했다. 그나마 9월 독일 총선 이전에 이뤄질 확률은 1%로 미미했다.

시장평균 이상의 수익을 올릴(outperform) 유망한 투자대상은 유럽증시(eurostoxx), 신흥시장(MSCI-EM), 일본증시(Nikkei 225)순이었다.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월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달 설문조사(FMS) 결과와 비슷했다.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중립(neutral) 전망이 절반 가까운 46%를 차지했다. 약세(bearish)와 강세(bullish)는 각각 26%와 22%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골드만삭스가 강점을 갖고 있는 원유시장에 전망은 배럴당 50~55달러로 현상태를 유지(flat)할 것이라는 전망이 51%로 절반을 넘었다. 흥미롭게도 약세(45~50달러)와 강세(55~60달러)전망이 각 21%로 똑같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달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인 석유장관회의에서 6월말 끝나는 감산시한을 연장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