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슨호 '미스터리 항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지난 8일 동해로 항로를 변경했다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15일까지 인도네시아 해역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적함대”라고 칭한 칼빈슨호는 다음주에나 한반도 근해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어긋나는 칼빈슨호의 항로 변경 시점과 관련해 미 백악관과 해군 간 소통체계에 혼선이 빚어진 것인지, 아니면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려고 미국이 의도적으로 심리전이나 교란작전을 벌인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18일(현지시간) 미 해군이 공개한 훈련 사진을 근거로 칼빈슨호가 15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섬 사이 순다해협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칼빈슨호가 24시간 내에 동해로 향할 계획이며 일러야 다음주쯤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은 8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칼빈슨호에 북쪽으로 이동해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도록 명령했다”고 발표하며 알려졌다. 이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11일 “칼빈슨호가 북상 중”이라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는 함대를 보낼 것이다. 무적함대”라고 거듭 확인했다.

당초 칼빈슨호는 지난달 중순 한국 인근 해역에서 독수리훈련을 마친 뒤 싱가포르를 거쳐 호주 훈련해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항로를 바꿨다는 소식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이 증폭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칼빈슨호는 한반도에서 남서쪽으로 4830㎞ 이상 떨어진 인도양에 있었던 것이다.

NYT는 “미 국방부가 항로 변경 시점을 잘못 발표한 것인지, 의도적으로 서둘러 발표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푸단대 한반도연구센터의 한 전문가는 “미국의 정교한 심리전 또는 허세작전”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에 심하게 속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과 국방부 간 소통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NYT는 허버트 맥마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을 “대북 무력시위”라고 밝혔는데도 국방부가 이를 수정하지 않은 것에 일부 관료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