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판'을 바꾸자] "기초연구 발전하는데 사업화 안돼…'헛심' 쓰는 R&D 평가시스템 손 봐야"
국내 바이오 분야 기초연구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연구 결과가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바이오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기초연구 평가 시스템 등을 개편하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원천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사장은 19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에 내놓는 국내 논문의 숫자는 늘었지만 그 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기초연구와 산업이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바이로메드 창업자인 김 사장은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이기도 하다. 1994년 학내 벤처로 바이로메드를 창업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바이오헬스의 핵심적 학문 분야인 의학 및 생명의학 분야 국내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 수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의학 분야 SCI 논문은 1만여편이 나왔다. 이는 세계 10위에 해당한다. 생명과학 분야 SCI 논문도 8000편 이상 나왔다. 우수한 논문은 늘었지만 사업화 성과는 미미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월드뷰의 세계 바이오 경쟁력 조사에서 한국은 2009년 15위에서 지난해 24위로 추락했다.

김 사장은 기초연구와 산업 간 괴리가 나타나는 원인으로 부실한 기초연구 평가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과학 분야마다 우수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른데도 국내에서는 논문이 유명한 저널에 실리는 것으로만 연구 성과를 판단한다”며 “연구나 과제를 평가할 때는 각 목적과 방향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평가를 도입해 창의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 R&D 예산 중 보건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더 키우는 데 힘쓸 것”이라고 했다. 김원종 국민의당 제5정책조정위 부위원장은 “세계적 기업들과 개방형 혁신을 통해 R&D부터 실용화로 이어지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