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
비욘세
지난 주말 국내 대중문화계는 콜드플레이 공연 얘기로 들썩였다. 일본 공연만 하고 코리아는 패싱(한국은 건너뜀)하던 ‘브릿팝의 전설’이 데뷔 19년 만에 첫 내한공연을 했기 때문이다. 공연을 성사시킨 곳은 공연기획사가 아니라 금융회사인 현대카드. 해외 대형 스타를 대거 데리고 온 현대카드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적은 콜드플레이까지 국내로 부르는 데 성공했다. 이틀 뒤 이 회사는 또 다른 팝 거장의 내한공연을 발표했다. 영국 팝스타 스팅이 다음달 대형 공연장도 아닌 서울 이태원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는 내용이었다. 음악 공연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오는 28일 신사동에서 쿠킹 라이브러리(요리 관련 도서관)를 연다. 운영 중인 뮤직, 디자인,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이어 네 번째 테마다. 해외 대형 스타 공연부터 전시, 라이브러리까지 현대카드의 문화마케팅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공연, 고급문화, 일상까지 아우르다

‘경영혁신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현대카드가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문화계 거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연, 고급문화는 물론 일상을 아우르는 문화 영역 전반으로 파고들고 있다.

월드스타 공연에 전시·테마공간…현대카드, 문화계 판을 흔들다
현대카드가 문화사업을 본격 시작한 것은 2007년 팝페라 그룹 일 디보를 시작으로 ‘슈퍼콘서트’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정태영 부회장이 2003년 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준비한 문화마케팅의 첫걸음이었다. 이후 고(故) 휘트니 휴스턴, 비욘세, 레이디 가가, 스티비 원더 등 해외 대형 스타를 잇달아 섭외하면서 문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폴 매카트니의 첫 내한 이후 공연 소식이 뜸하자 공연사업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 온 적이 없거나 레전드급 아티스트를 선정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을 성사시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류수진 현대카드 브랜드본부 브랜드2실장은 “내한 가능성이 1%라도 있다고 판단되면 공격적으로 공연 의사를 타진한다”며 “현대카드와 함께하면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흥행력’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며 섭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 매카트니가 2015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폴 매카트니가 2015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2013년부터는 디자인 라이브러리(서울 가회동)를 시작으로 트래블(청담동), 뮤직 라이브러리(이태원)까지 각 분야의 라이브러리도 마련했다. 특히 2015년 개관한 뮤직 라이브러리는 1만장에 달하는 희귀 LP와 3000여권의 음악 서적을 갖추고 있어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문을 연 전시장 ‘스토리지’도 미술에 관심 있는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쿠킹 라이브러리가 문을 열면 주부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할 전망이다. 김나영 현대카드 스페이스 브랜드1팀장 “공연은 가장 파급력이 큰 문화 마케팅이지만 일회성에 그친다는 약점이 있다”며 “라이브러리와 전시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간 브랜드를 선보여 이를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마케팅 선공 사례로 확산

문화 마케팅의 중심엔 정 부회장과 그가 키운 ‘브랜드본부’ 조직이 있다. 정 부회장은 취임 이후 브랜드실을 브랜드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근무 인력만 184명에 이른다. 이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짜며 모든 문화사업을 총괄한다.

이 덕분에 현대카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즐길 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을 선보이면서 현대카드가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카드’란 인식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심었다. 공연과 전시는 현대카드 사용 시 20% 할인해준다.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 사용자와 동반 1인이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현대카드 홍보팀 관계자는 “문화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관객 중 50%만이 현대카드로 결제했는데 최근엔 90%가 현대카드 이용자”라고 설명했다. 10만 관객이 예매한 콜드플레이 공연에선 9만여명이 현대카드로 결제했다는 얘기다.

실적 개선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의 2007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1213억원, 727억원이었다. 10년 만인 지난해 각각 2조7542억원, 2491억원으로 늘었다. 문화계에선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려 하고, 비씨카드 등 다른 카드사도 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