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들어 아파트 실거래 위축…쉽지 않은 출발
지난 10여년간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의 부동산 자문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복기해보는 것도 소중한 자료가 된다. 지난 10년간 부동산시장 중 특히 서울 아파트 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 실거래 신고 건수를 바탕으로 되돌아보자. 부동산 실거래 신고 제도는 2006년 1월부터 시행됐다.

지난 10년간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거래 건수는 10만9000건, 월평균 거래 건수는 8500건 수준이다. 가장 많은 거래를 기록한 해는 2006년으로 18만2000건이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수치다. 가장 적은 거래 건수를 기록한 해는 2012년으로 6만800건이었다. 2012년은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등으로 부동산 관련 여러 규제 정책이 완화 또는 해제됐다. 대못 규제가 풀렸음에도 이때부터 PB 고객의 아파트 상담은 점차 줄어들었고 수익형 부동산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파트 상담이 약 2년 전부터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실거래 신고 건수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나타난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연평균 거래 건수인 10만9000건을 넘긴 해는 2006년과 2014년, 2015년, 그리고 지난해다. 고객들은 2014년부터 실거래 건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부분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대내외 경제 여건 때문에 2015년과 지난해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매년 15만건 이상 거래됐다. 지난 10년간 최고 거래 건수를 기록한 2006년에 이어 2위, 3위 거래 건수를 기록했을 정도다.

실거래 신고 건수가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는 아니지만 10년 이상 쌓인 자료이기 때문에 활용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지만 앞으로 분위기를 살펴본다면 올 1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7700건으로 지난 10년간 월평균 거래 건수에도 못 미치고 지난해 월평균 거래 건수의 60% 수준을 기록했다. 추가적인 거래량 추이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쉽지 않은 출발임을 가늠해볼 수 있다.

물론 체감하는 부동산시장 분위기와 실거래 신고 건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일관된 수치를 보이는 부분도 있다. 60㎡ 이하 소형 아파트 거래 건수다. 서울시 아파트 전체 거래 건수에서 평균 40%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85㎡ 이하로 확대할 경우 50%가 넘는 거래 건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전국 단위로 보면 60㎡ 이하 소형 아파트 거래 건수가 전체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거래 건수에서는 이 비중이 12%로 두 배 이상 급상승했다.

실거래 신고 자료를 통해 계속 확인해볼 만한 시장 패러다임이라 생각한다. 실거래 신고 자료가 매수 시점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을 조금 해소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영진 <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